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연말까진 北돌발악재 없을것"… 유럽·美훈풍이 北風 밀어냈다

차분한 외환 딜러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유럽발 훈풍으로 21일 주가가 급등하고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자 서울 을지로2가 외환은행 본점 딜러들이 차분한 모습으로 시장상황을 체크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유럽과 미국에서 불어온 훈풍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충격을 단 사흘 만에 밀어냈다. 북한의 권력승계 과정이 예상보다 안정적으로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의 눈이 다시 대외 경제 이슈로 쏠린 덕분이다. 증시전문가들은 다만 여전히 유럽 위기 불확실성이 높은 데다가 북한에서도 돌발 악재가 나타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공격적인 투자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21일 전날보다 55.35포인트(3.09%) 오른 1,848.41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김 위원장 사망 직전인 16일(1,839.96)보다 높은 수준으로 북한 리스크에 따른 하락폭을 단 3거래일 만에 모두 회복한 셈이다. 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11.03포인트(2.25%) 상승한 500.64에 끝마쳤고, 코스피200지수선물 역시 지난 14일 이후 가장 높은 240.05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각각 2,863억원, 1,273억원어치씩을 사들이면서 코스피지수를 끌어올렸다. 특히 외국인투자자들은 선물시장에서도 980계약을 순매수해 지난 16일 이후 처음으로 선ㆍ현물시장에서 동시에 매수우위를 보였다. 기관 중에서는 투신과 연기금이 매수를 주도했고, 우정사업본부 등 기타계자금도 1,605억원 순매수로 지수를 지지했다. 업종별로는 모든 업종이 오름세를 보인 가운데 건설업(5.23%), 운수창고(4.41%), 은행(4.18%), 전기ㆍ전자(4.09%) 등이 특히 크게 올랐다. 기업규모별로는 대형주지수가 3.34% 상승하면서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웃돈 반면 중형주지수(1.78%)와 소형주지수(1.64%)는 대형주의 절반 밖에 오르지 못하는 등 큰 기업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집중됐다. 이렇게 주식시장이 빠른 속도로 김 위원장 사망 충격을 극복한 것은 유럽과 미국 등에서 증시 호재가 될 만한 소식이 잇따라 전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스페인은 전날 56억4,000만 유로 규모의 3~6개월물 단기 국채를 1%대의 매우 낮은 금리로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또 지난달 미국 주택착공 건수가 1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이달 독일 기업환경지수가 지난달에 이어 두달 연속 상승세를 보인 점도 투자심리를 호전시켰다. 반면 북한 리스크는 단기적으로 수면 아래로 내려간 것으로 평가됐다. 3대 국제신용평가회사가 김 위원장 사망 직후 한국 국가 신용등급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데다 중국과 미국이 최근 북한의 체제 안정을 지원하고 나선 점 때문에 투자자들의 우려가 크게 불식됐다는 것이다. 증시전문가들은 적어도 김 위원장의 장례절차가 진행되는 연말까지는 북한의 돌발 악재가 나타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유럽ㆍ미국ㆍ중국 등 대외변수에 따라 주가가 등락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다만 프랑스 신용등급 강등설이 제기되는 등 여전히 유럽 문제가 진행 중인 데다 북한 권력승계 문제 역시 오리무중 상태라는 점에서 당분간은 공격적인 투자를 자제하고 신중한 대응을 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과 미국이 모두 북한의 정권승계를 지원하는 분위기이고 연말에는 김 위원장 장례식이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당분간 북한 문제는 잠잠할 것으로 보고 다시 대외변수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하지만 주가가 크게 반등할 만한 재료는 없어 연말까지는 박스권 흐름을 염두에 두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북한의 긴박한 상황은 어느 정도 진정됐기 때문에 초점이 다시 유럽 위기와 미국ㆍ중국 등의 경기변화에 맞춰지고 있다”며 “유럽ㆍ북한 등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므로 확실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박스권 장세 속에서 신중한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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