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얼음공주` 투란도트의 화려한 유?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이 열린 상암 월드컵 구장. 매회 객석을 가득 메운 2만여 관중은 장대하고 화려한 투란도트의 매력 앞에 말 그대로 얼어붙었다.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서울의 봄 밤을 수놓은 투란도트는 빼어난 완성도를 지닌 오페라가 어떤 것인지를 확인시켜 준 자리였다. 세계 정상급 성악가들이 빚어내는 하모니와 질서 정연하게 움직인 450여 명의 합창단 및 무용단, 화려한 색채와 조명 및 웅장한 무대는 객석을 환상의 세계로 안내하기에 충분했다. 야외 오페라 경험이 많은 이탈리아 음향진이 잡아낸 음향은 그라운드석의 공명을 줄이는 흡음판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거의 만족할만한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눈에 띄었던 것은 우리 관객의 성숙한 관람 태도. 입장가가 30~50만원에 이르는 그라운드석엔 빈자리가 눈에 띄였지만 스탠드석 대부분은 3층까지 입추의 여지 가 없었다. 실내 공연보다 집중도가 떨어지기 마련인 야외 공연임에도 세 시간여 공연 동안 이동은 물론 말소리를 내는 관객 조차 찾기 어려웠다. 공연중 사진 촬영을 자제해 달라는 주최측의 요청도 관객 대부분이 호응했다. 중국 고대 황실을 배경으로 한 `투란도트`는 인도풍 무희와 국적불명의 의상이 등장하는 등 `서구가 상상한 중국의 모습`이 주조를 이뤘다. 중국인 장이모우가 연출 한 이번 공연은 `사실적 동양`의 재현 여부로도 관심을 모았었다. 그러나 고대중국 또는 명나라로 설정된 시대적 배경에도 불구, 청나라시대 한자와 만주문자를 병기한?자금?현판이 그대로 걸려 있고 호위 무사들의 갑옷이 만주족 팔기병 복장에 가까왔던 점은 역사적 고증의 한계를 보여줬다. 총 제작비 65억원, 순수 제작비(세금ㆍ수수료 등 제외) 51억원을 투입한 이 오페라는 이미 티켓 대금으로만 69~70억원(10일 현재ㆍ총티켓의 65%)을 건져 손익분기점을 훌쩍 넘어섰다. 아직 구체적인 집계가 나오진 않았지만 `11일 현매량부터는 순수익`이라는 게 장현준 총예술감독의 답변. 무엇보다 이번 공연의 가장 큰 성과는 우리 관객의 저력을 꼽아야 할 듯. 숱하게 입소문을 탔던 이유도 있었지만 이번 공연을 계기로 올 국내 오페라 무대는 `내실을 갖춘 작품`과 이에 `화답하는 관객`으로 `화려한 봄날`을 예고하고 있다. 투란도트가 뮤지컬계의 `오페라의 유령`같은 위치에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 국내 총연출을 맡았던 장수동 감독은 "대중에게 가깝지만은 않았던 오페라 장르를 국내 팬들에게 확실하게 인식시키는 물꼬를 튼 작품"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김희원 기자 heew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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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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