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4월 2일] 저탄소시대 선도를 위해

박준우(벨기에·유럽연합대사)

최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 과학자회의에서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기후변화 영향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해 금세기 말까지 해수면이 50㎝~1m가량 상승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안보문제는 주로 동서진영 간 대립에 관한 것이었다면 이제는 자연과 인류라는 새로운 안보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이 구도하에서 개별 국가들은 과연 누가 얼마를 부담하느냐는 비용배분의 틀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기존산업 에너지효율 개선해야
지난 3월19~20일 브뤼셀에서 개최된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는 지구적 경제위기 타개를 위한 해법 외에도 올해 말로 예정된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의 기후협상에 관한 EU의 기본입장을 의결했다. 그 골자는 온실가스의 감축목표와 관련해 선진국들은 전체적으로 오는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30%를 감축하고 개발도상국들은 현 추세 대비 15~30%를 감축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는 선진국들의 역사적 책임과 개도국들의 경제개발에 대한 여지를 고려한 것이다. 시선을 끄는 것은 선진국 범주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명시해 우리나라도 선진국 일원으로서 이 같은 노력에 참여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협상에서 개도국 지위를 고수하려는 우리 입장과 거리가 있어 우리 정부로서는 쉽지 않은 협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EU는 국제 기후협상을 주도할 뿐 아니라 자체적으로도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정책을 추진해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배출권거래제(EU ETS)’다. EU는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EU 내 발전ㆍ철강ㆍ정유 등 주요 시설 약 1만여개소에 배출할당량을 설정한 후 과부족분을 거래하도록 하고 있다. EU는 또 총에너지 중 재생가능에너지 비율을 현재 8.5%에서 2020년까지 20%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하고 회원국별 목표비율을 정했다. 가장 비율이 높은 스웨덴이 49%이고 독일이 18%, 프랑스가 23%, 영국은 15%다. 자동차의 경우 직접 제작사들에 2012년부터 ㎞당 130g의 평균배출량 기준 규제를 도입했다. 초과할 때는 1g당 최대 95유로(약 18만원)의 벌금을 물리도록 했다. 2007년 중 EU에 시판된 국내 H사 차량의 이산화탄소 평균배출량이 160g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우리 업계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항공도 예외가 아니다. EU는 기존의 EU ETS에 항공 부문을 연계해 2012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EU는 2004~2006년 EU 공항을 왕래하는 운항실적의 95%를 배출총량으로 정했다. EU는 또 해운쪽도 유사한 규제를 도입할 뜻을 비치고 있다. EU 측의 이 같은 기후변화 관련 조치는 우리 산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미 자동차와 항공은 직접규제 영향권에 들었다. 반면 EU의 재생가능에너지 정책목표는 우리의 풍력ㆍ태양광ㆍ바이오매스 등 관련산업이 진출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바이오매스 등 시장 진출 병행을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요인이 된 저탄소화는 이미 시대적 대세이며 선택이 아닌 필수 국가 생존전략이 됐다. 저탄소화는 지구환경보전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대의에 부합할 뿐 아니라 국내 오염 저감과 에너지효율개선에 기여하고 새로운 시장진출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광복절 기념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국가발전의 비전으로 제시한 후 저탄소 녹색성장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기후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을 토대로 경제활동의 패러다임을 저탄소화해 기후변화의 시대에 국가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나아가 지구환경보전을 통한 인류의 공영에 기여하는 모습을 국제사회에 보여줘야 한다. 산업화ㆍ정보화를 넘어 저탄소화라는 시대적 조류에 뒤쳐지지 않고 이를 선도할 수 있는 혜안과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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