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4일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금융실명제 위반혐의에 대한 징계내용을 최종 결정하면서 그 결과를 놓고 예측이 분분하다. 현재로선 라 전 회장이 직무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라 전 회장은 과거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가야컨트리클럽 지분 매입을 요청하며 50억원을 건낸 과정에서 드러난 차명계좌로 인해 실명제 위반 혐의를 받고있다.
◇징계 낮출 요소 많지 않아= 라 전 회장의 처벌 수위를 낮춰줄 감경 요소가 많지 않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에는 징계대상자에 대한 정상참작 사유 등을 적시하고 있는데 그중 가장 핵심 사안은 ‘위법행위 동기와 고의성 여부’다.
금감원은 현재 라 회장의 고의성이 짙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중대한 위법의 고의성이 인정되면 제재규정 50조에 따라 금감원의 해임권고 제재를 받게 되며 정상참작이 되더라도 직무정지 조치가 내려진다.
라 전 회장은 문제의 차명계좌가 실명제법 도입 전에 관례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그 이후엔 실무진이 관리해 자신은 차명계좌 개설ㆍ운영 여부를 몰랐다며 고의성을 부정하고 있다.
물론 제재세칙에는 징계대상자의 ▦과거 10년간 상훈법상 훈장ㆍ포장 공적 ▦사후수습 노력(자진신고 및 검사 협조) 등을 제제 참작사유로 하고 있다. 그러나 라 전 회장이 받은 국민훈장 목련장(1987년)ㆍ목단장(1996년), 산업포장(1995년) 등은 모두 참작기간인 10년이 훨씬 더 지난 것이다. 실명제 위반혐의 역시 자진 신고된 것이 아니다.
따라서 라 전 회장이 정상 참작을 받을 수 있는 것은 ▦개전의 정(잘못을 뉘우침) ▦공적 정도다. 라 전 회장이 지난달 30일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자진사임한 것이 개전의 정으로 참작될 수도 있다. 그는 일본에서 핍박 받던 동포들의 자금을 국내로 유치해 신한은행을 세우는 등 신한금융그룹이라는 굴지의 금융사로 키운 공적을 세우기도 했다.
◇중복 처벌 여부도 변수=라 전 회장이 실명제 위반과 관련해 고의성이 없는 과실로 인정받는다면 징계수위는 문책경고 이하 수준으로 가벼워질 수도 있다. 다만 자문료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신상훈 신한지주 사장은 횡령액중 일부가 라 회장의 변호사비용 등을 쓰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수사 결과 라 전 회장이 신 사장의 횡령에 가담했다고 판명 난다면 금감원은 앞으로 추가적인 징계를 내릴 수밖에 없다. 제재규정 5조는 횡령ㆍ배임 등의 범죄에 대해 제재를 가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라 전 회장은 고의로 중대한 위법 행위를 한 것으로 치부돼 금감원으로부터 해임권고의 징계를 받게 될 수도 있다. 물론 검찰수사 결과 라 전 회장이 모든 혐의를 벗고 명예를 회복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