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3월 30일] 오바마의 평화로운 세상

지난 10일 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재직 중 가장 큰 성과로 기록될 만한 두 가지 과제를 완수해냈다. 건강보험개혁과 미국ㆍ러시아 간 핵무기 감축협정 타결이다. 앞으로 10년 이상 효력을 발휘할 이 핵협정은 건보개혁에 비해 덜 주목 받기는 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후 처음으로 거둔 외교성과라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만하다. 오바마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오는 4월8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에서 새 핵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다. 혹자는 이번 핵협정이 그리 대단한 성과는 아니라고 평가절하할지도 모른다. 미국과 러시아의 핵무기 수백~수천 개가 폐기돼봤자 두 국가가 가진 커다란 무기고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라는 판단에서다. 협상 타결도 간신히 이뤄졌다. 원래 이번 핵협정의 서명 시한은 지난해 12월까지였지만 두 나라는 싸우고 싸운 끝에 협상을 타결을 볼 수 있었다. 군사 부문에서 두 나라 사이에 신뢰가 부족해 4개월이나 더 시간이 걸렸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성과를 자랑스럽게 여길 만하다. 러시아와의 새 핵협정은 조만간 열릴 워싱턴 핵안보 정상회의 등에서도 촉매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유엔의 엄격한 무기거래 규제안을 전세계에 적용시키고자 하는 오바마 행정부의 계획도 실현될 가능성이 좀 더 커졌다. 공식적인 핵 보유국가(핵 클럽) 외의 국가들은 지금껏 최대 핵보유국인 미국과 러시아가 모범을 보이라고 요구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제 마음 놓고 큰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프라하에서의 핵협정 서명 이후가 관건이다. 핵협정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미 상원의 비준이 필요한데 간단하지가 않다. 게다가 러시아도 이번 핵협정 이상의 무기 감축에는 반대하고 나설 터이다. 최첨단 무기가 없는 만큼 무기고의 규모만이라도 지켜야 한다는 고집 에서다. 앞으로 세계적으로 핵에너지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다. 핵에너지를 마음 놓고 사용하기 위해서는 핵무기를 '불법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오바마 대통령의 '글로벌 제로(핵무기의 완전한 폐기)' 계획은 실현 불가능한 꿈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그의 발걸음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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