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본격실시된 오픈프라이스제는 상품의 가격결정권이 제조업체에서 유통업체로 넘어가는 것으로 제조·유통업계의 판도를 바꾸는 중요한 이정표다. 그만큼 제조·유통업체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오픈프라이스제의 본격실시 첫날인 1일 제조업체는 앞으로 오픈프라이스제가 몰고올 파장에 긴장하고 있다. 그러나 제조업체는 새로운 유통질서가 세워지고 일반 유통업체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유통우위의 현상이 가속화되고 유통업체간 판매가격 경쟁이 격화돼 납품가격 인하압력에 시달릴게 뻔하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최저가격을 유지하려는 유통업체간의 경쟁은 유통·제조업체간의 힘겨루기로 이어져 제조업체의 부분적인 출혈납품도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오픈프라이스제의 본격실시로 판촉활동에 크게 제한받는 것도 제조업체의 고민거리. 당장 제조업체가 그동안 정기적으로 실시해온 권장소비자가격(권소가) 기준 할인판매행사를 할 수 없다. 또 매장에서 똑같이 유용한 판촉수단인 유통업체의 전단과는 달리 제조업체 발행의 카달로그에 권소가는 물론 판매가격의 표시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제조업체들은 가격할인 대신 애프터서비스를 강화하고 소비자 사은행사를 준비중이다. 일정금액 이상의 제품을 구입하는 고객에게 현금 일부를 되돌려주는 캐시백(CASH BACK)제도를 적극 활용하거나 경품행사 또는 덤으로 값싼 제품을 얹어주는 방식의 판촉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조업체들은 당분간 자신들의 입김이 비교적 강한 대리점 또는 직영점 위주로 영업하면서 자체 대리점 또는 직영점망 유지를 위해 가격의 마지노선을 정하고 물량공급을 조절, 일정한 가격대를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픈프라이스제 실시로 유통업계에는 구매력에 따른 빈익빈부익부 현상의 가속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자사의 구매력을 앞세워 납품가격을 낮춤으로써 가격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결국 가격인하의 부담중 상당부분이 납품업체로 떠넘겨질 전망이다. 비용절감을 위해 골머리를 싸매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롯데백화점 강동남(姜東南) 마케팅팀장은 『백화점보다 할인점에서 오픈프라이스제의 영향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화점의 경우 제조업체로부터 상품을 구입해 재고부담까지 안고 판매하는 직매입의 비율이 현재 15%에 불과한 반면 할인점은 80% 이상이다. 그만큼 가격경쟁에 대응해 유통업체가 임의로 판매가격을 낮출 수 있는 권한이 백화점보다 할인점에 많다. 재고부담을 안고 판매금액중 일정액의 수수료를 백화점측에 지불하는 수수료매장 입점 제조업체에 행사할 수 있는 백화점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얘기다.
또 오픈프라이스제 실시로 그동안 비교가격을 표시할 수 없었던 유통업체들이 소비자들에게 값이 싸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써온 「초특가상품」·「한정판매」·「균일가판매」·「특별기획상품」 등의 표현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구동본기자DBK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