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방송·통신 융합의 과제

유세준 <한국뉴미디어방송협회 회장>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통신ㆍ방송구조개편위원회 설립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업계는 물론 환영했다. 국가경쟁력과 산업적 측면에서 방송과 통신의 융합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초기에는 별다른 논의나 실무적 추진이 지지부진했지만 최근 들어 방ㆍ통 융합은 산업계 전체의 가장 큰 화두가 됐다. 지난해 방송계와 가전제품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디지털TV 전송방식이 결정된 것을 비롯해 위성 및 지상파 DMB, 휴대인터넷, IP-TV 등으로 방ㆍ통 융합 움직임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방ㆍ통 융합은 단순히 개별 업계의 이해관계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국가 차원의 경제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다. 이는 문화산업으로서의 국내 콘텐츠산업 발전과 이를 토대로 한 건전한 대중문화 육성과도 직결된다. 이 때문에 방ㆍ통 융합의 논의는 국가 차원의 거시적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달 15일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미나 ‘방송과 통신이 하나로 되는 시대, 우리는 제대로 준비하고 있나’와 16일 열린 ‘방송ㆍ통신 융합의 정책이념과 실제’의 좌담회에서 논의된 이야기들 역시 모두 양자간의 융합이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대세임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IP-TV를 둘러싸고 벌어진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간의 논쟁에서 보듯이 방송과 통신의 컨버전스가 물 흐르듯이 착착 진행되는 것만은 아니다. 전에 없던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방ㆍ통 융합 역시 기존의 법만으로는 결코 규정할 수 없는 과제들이 곳곳에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두 정부기관의 뒤에는 방송업계와 통신사업자들간의 이해관계가 난마처럼 얽혀 있다. 업계 당사자들은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다른 업계는 죽는다는 극단적인 언사까지 불사하며 자기들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 오로지 제 밥그릇을 남에게 빼앗기지 않겠다는 업계 이기주의만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방ㆍ통 융합의 대명제는 국민들에게 보다 편리하고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관련 기관들은 더 이상 기존의 법적 규제만을 둘러싼 논리에서 보다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방송과 통신업계 역시 각자의 산업 이기주의적 생각에서 벗어나 서로가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 이제까지의 정책적, 서비스 제공자 중심의 편의적 논의가 아닌 수용자인 국민이 중심이 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토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최근 정부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방송 통신 융합을 논의할 통합기구 설립 실무추진단을 구성했다. 오는 2006년 5월 방송ㆍ통신위원회 설립을 목표로 정부 차원의 실무 논의를 본격적으로 개시한다고 한다. 이러한 논의가 융합 서비스의 수용자이자 소비자인 국민을 위한 법과 정책을 제시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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