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지나치게 넓어서

제4보(61~81)


원성진이 흑61로 꼬부리는 것을 보고 검토실에 있던 김승준8단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뭐야. 잡겠다는 것은 아닐 거고….” 최철한은 즉시 62로 꼬부리고 68까지 노타임으로 눌러 버렸다. 좌변에서 좌상귀 일대까지 훌륭한 백의 외세가 건설되었다. 흑61이 문제의 수였던 것이다. 그 수로는 반대쪽인 62의 자리부터 선점해야 했다. 참고도의 흑1이 그것. 백2면 흑3으로 힘차게 뻗어둔다. 이것으로 흑이 충분한 형세였던 것이다. 원성진은 61의 기착점을 살려 75까지로 상변 일대에 웅대한 세력권을 만들었다. 이것으로 흑도 나쁘지는 않은 바둑이다. 문제는 그가 건설한 세력권이 지나치게 넓어서 도처에 허점이 보인다는 점이었다. 최철한은 즉시 76으로 쳐들어갔는데…. 일단 77은 이것이 정착이고 검토실에서는 백이 가로 헤집고 나오면 쉽게 수습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때 최철한에게서 결정적인 완착이 나왔다. 78이 그것. 지나가는 김에 하나 선수로 활용하겠다는 기분으로 둔 것인데 진다면 패착이 될 완착이었다. 백이 나로 끊어도 흑다면 귀는 맛좋게 사는 자리. 때는 이때라는 듯이 원성진은 79, 81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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