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천수이볜 타이완 총통선거 승리] 野 불복… 정국혼미 치달아

타이완 총통 선거에서 예상을 뒤엎고 집권 민진당의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이 힘겹게 승리했지만 야당이 불공정 선거를 주장하며 결과에 불복하고 나서 타이완 정국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미 정국으로 빠져들게 됐다. 특히 타이완 독립을 주장해 온 천 총통의 재선으로 양안관계의 긴장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여당을 지지하는 타이완 출신과 국민당을 지지하는 중국 대륙 출신 사이의 뿌리깊은 갈등이더욱 확산돼 사회 갈등마저 깊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개혁은 좋지만 독립은 싫다=패배의 목전에서 천 총통이 기사회생할 수 있었던 것은 선거 하루 전 발생한 저격 사건과 개혁에 대한 타이완 국민들의 열망이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민진당은 지난 4년의 집권기간 동안 경제 침체를 극복하지 못하고 양안관계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은 데다 천 총통의 부인인 우수전(吳淑珍) 여사가 주식거래 혐의와 불법 정치헌금 수수 등의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청렴성을 무기로 해 온 천 총통은 수세에 몰렸다. 그러나 민진당이 타이완의 기득권자인 중국 대륙 출신을 배경으로 한 국민ㆍ친민 야당연합을 수구세력으로 몰며 `개혁 완성`을 위해 다시 한번 천 총통에게 기회를 줄 것을 호소한 것이 결국 성공을 거둔 것이다. 특히 선거를 하루 앞둔 19일 천 총통과 뤼슈렌(呂秀蓮) 부총통이 유세 중 저격을 당하며 분산됐던 민진당 지지층이 재결집하고 부동층의 동정표까지 가세해 `막판 뒤집기`가 이루어졌다는 분석이다. 반면 야당은 수구 이미지를 벗지 못한데다 민진당의 실정에 대한 대안 제시에 실패했다는 평가다. 천 총통이 재선에는 성공했지만 그 동안 강력하게 주장해 온 독립 정책에는 제동이 걸렸다. 총선과 동시에 중국의 미사일 배치에 대한 방어능력을 강화하고 중국과 협상을 재개해 안정적인 양안관계를 설정할 것인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했지만 투표율이 모두 과반수를 밑도는 45%대에 그쳐 부결됐기 때문이다. 이번 투표는 타이완 정부가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꾀하려는 사전 작업으로 여겨지며 국제적인 관심을 끌어왔다. 이와 관련, 이번 선거는 타이완 국민들이 개혁을 바라지만 안위와 경제 발전을 희생하면서까지 독립을 원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타이완 사회의 갈등 심화 전망=그동안 야당 연합인 국민ㆍ친민당의 단일 후보인 롄잔(連戰)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었다. 그러나 예상 밖의 패배에 롄 후보측은 저격사건에 대한 의혹 등을 들어 선거 결과에 대한 무효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용지 33만7,297장이 식별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됐다고 발표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으며, 고등법원이 투표함 봉인을 명하면서 롄 후보 지지자들의 항의 시위는 점점 거세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여야를 지지하는 세력 간, 중국 대륙과 타이완 출신간 갈등의 골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최원정기자 abc@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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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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