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유럽연방론 제기에 佛,英 "독일독주 막자" 제동
그 중에서도 대가족인 독일과 프랑스 및 영국-이 3개국이 펼치는 주도권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역사를 통해 반목과 유대가 끊임없이 교차했던 이들 나라가 EU라는 한 울타리속에 들어서며 쓰고 있는 '신판 삼국지'는 오는 2003년 EU 회원국수가 현재의 15개국에서 28개국로 늘어날 것이 확실시되면서 새로운 기(氣)싸움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갈등의 단초가 된 사건은 지난달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수상이 내논 이른바 유럽 연방론.
지난해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의 주장을 구체화한 이 방안의 골자는 EU를 이원제로 만들어 현재의 유럽위원회를 유럽 정부로, 각료 위원회를 상원으로 만드는 것 등이다.
독일 연방 형태의 냄새가 배어있는 이 제안에 앞장서 반발하고 있는 나라는 프랑스와 영국.
당초 프랑스의 리오넬 조스팽 총리는 슈뢰더 독일 총리의 연방주의 주장과 이를 반대하는 영국의 중간정도 입장에 있었다.
그러나 그는 최근 이 같은 입장을 급선회, 회원국 국가원수 및 행정부 수반들의 포럼인 유럽이사회를 정책 결정의 주요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독자적 주장을 펴며 독일의 방안에 강력한 제동을 걸고 나섰다.
독일의 독주를 어떡하든 막고 EU 통합을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속셈은 영국도 마찬가지. 영국은 야당이 나서 독일의 유럽연방론을 히틀러의 유럽 지배 전략으로까지 비유, 세계 대전 전범국의 맹주화를 막아야 한다며 조건반사적 반대를 펼치고 있다.
통합을 눈앞에 두고 각자의 경제정치적 실리를 챙기기에 바쁜 EU 회원국들. 특히 미소띈 얼굴로 통합을 추진하면서 한쪽으론 역내 패권을 선점하려는 영ㆍ독ㆍ프 3개국의 '동상이몽(同床異夢)'은 어쩌면 이제 시작의 국면일지도 모를 일이다.
홍현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