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함께 나누는 훈훈한 사회

김영만 (주미 한국상의 명예회장)가진 사람들이 불우한 이웃과 함께 나눈다는 것은 종교인들만의 화두는 아니다. 철강 왕으로 알려진 앤드류 카네기는 "가족에게 필요한 재산을 빼고는 개인의 부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밝혔고, 그의 철학이 1세기가 지나도록 미국 부유층에 이어져 오늘날에도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 1990년대 경제 호황기에 미국 부자들의 기부 금액이 급증했고, 10년 사이에 부유층의 연간 기부금이 1,100억 달러에서 1,640억 달러로 무려 50%나 늘어났다. 재산의 크고 작음에 관계 없이 가진 사람들이 어려운 이들에게 재산의 일부를 나눠주려는 노력이 사회 전체에 확산되고 있는 것은 아주 건전하고, 존경받을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경제전문 주간지 비즈니스위크지가 지난 5년 동안에 미국 부자들의 기부활동을 분석, 보도한 바 있다. 그 내용을 소개하면,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이 235억 달러(28조원 상당)로 가장 많은 기부금을 냈고, 인텔의 창업자 고든 무어가 51억 달러, 금융계 황제로 불리는 워렌 버핏, CNN의 창업자 테드 터너 등 우리의 귀에 익은 많은 재산가들도 많은 금액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몇 년간 자본시장 위축으로 미국 부자들의 재산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기부활동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있다. 부자들의 기부금은 종교, 교육, 건강 및 의학분야, 예술, 환경은 물론 아프리카의 기아 해방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쓰여지고 있다. 최근 기부활동이 활발해 지면서 사업 시행방법에 큰 발전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사업에 성공한 이들이 자신의 성공 전략을 자선 사업에 적용하고 있고, 경제활동에 국경이 사라졌듯이 자선활동도 세계화되고 있는 추세다. 자선사업에도 결과를 중요하게 보는 목표관리기법이 적용돼 효율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30년 동안 국내총생산(GDP)이나 개인소득 면에서 괄목한 성장을 이뤄냈지만, 사회 경제 현상과 부의 축적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확대되고 있다. 재벌과 기업들이 회사의 이름으로 연구소를 차리고, 사회의 그늘 진 곳을 돕는 일은 있지만, 부자 개인이 자선 사업에 큰 돈을 쾌척하거나, 소외계층을 돕고, 국민건강에 도움을 주는 연구활동을 위하여 기부하는 일이 드문게 사실이다. 한국의 병원 부족 현상을 해결하는 데는 정부만의 힘으로 모자라고, 대기업과 부자들이 정부와 함께 나서야 할 분야라고 생각한다. 극소수의 기업가나 독지가가 개인 재산으로 장학재단을 운영하는 예는 간혹 있지만, 흔한 일이라고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 속담에 "광에서 인심 난다"고 했다. 한국의 부자들은 미국 부자들보다 소유 재산의 정도가 적기 때문에 그럴 여유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경제 규모에 맞고, 우리 사회상에 걸맞는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사회문화'가 생기고, 확산될 때가 됐다. 미국에는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봉사단체, 연구기관이 있고, 이들의 필요한 자금은 기업과 국민이 전액을 부담하고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꾸려가는 연방정부와 지방정부가 자선단체에 보조하는 규모가 엄청난 것은 물론이다. 자선활동에는 기업과 부자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민이 참여하는 체제라고 말할 수 있다. 미국의 중산층이 남들이 어려울 때 도와주는 예는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한국 사람들이 친지의 경조사에 십시일반의 마음을 전하는 방식으로 축하금이나 조위금을 전하는 것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미국에서는 조의금이 돌아가신 분의 병을 연구하는 기관에 가족의 이름으로 전달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유가족이 직접 조의금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암, 당료, 백혈병, 심장병 등 각종 질환을 연구하는 기관이 대학과 병원등에 부설되어 있고, 이들의 연구활동이 질병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조위금을 전하는 것이다. 미국의 중산층들은 빠듯하게 짜여진 여유 없는 생활을 한다. 하지만 분수에 맞는 금액을 자선 단체에 기부하는 것은 부자만의 몫이 아니라, 일반 국민의 일상적 생활의 모습이다. 상당 수의 병원이나 학교가 기업과 재산가의 기부금으로 설립되었음은 그곳을 방문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보내고, 새해에는 한국이 새로운 지도자를 중심으로 해결해야 할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기업의 사업환경이 좋아져야 할 것이고, 취업의 기회도 넓혀 져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사회가 발전한다 해도, 그늘진 곳은 항상 있게 마련이다. 불우한 이웃에게 따듯한 정을 전하는 것이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고, 일상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사회분위기가 돼야 한다. 적게 가진 사람이 많이 가진사람을 존경 할 수 있고, 많이 가진 사람이 어려운 이들의 아픔을 배려하는 훈훈한 사회문화가 싹트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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