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태국 시위 유혈 충돌…조기 총선 검토

친-반정부 시위대 총격전 대학생 등 최대 5명 숨져<br>집권당 의회해산까지 고려 밧화·주가 폭락세 지속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사면 법안 처리를 두고 시작된 태국 시위가 반정부시위대와 친정부시위대 간 충돌로 최대 5명이 사망하는 유혈사태로까지 번졌다. 태국 정부 일각에서는 조기총선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현지 언론은 지난달 30일 밤부터 1일 새벽 사이 잉락 친나왓 총리 정부를 지지하는 '레드셔츠' 진영과 반정부시위대가 방콕 외곽 체육관 인근에서 충돌해 총격전이 발생했으며 이 과정에서 레드셔츠 운동가 4명과 대학생 1명이 숨졌다고 친정부 시위대 측이 밝혔다고 1일 보도했다. 경찰은 2명이 숨지고 40명 가까이 다쳤다고 발표했지만 추가 인명피해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유혈사태는 3년 전 군부의 반정부시위대 진압으로 3명이 숨진 이래 처음이다. 태국에는 합법적 총기소유가 허용돼 있으며 불법 총기소지자도 많아 시위가 과격해지면 인명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반정부시위대가 이날을 승리를 위한 '디데이'로 정하고 총력투쟁에 나선 가운데 경찰은 정부부처 청사 점령을 위해 포위 중인 반정부시위대 수만 명에게 최루탄과 물대포를 발사하며 진압을 시도했다. AFP통신은 "방콕 시경에서 수㎞ 떨어진 곳에 있는 시위대 집결지에도 최루탄이 발사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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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를 이끄는 제1야당 민주당 출신 수텝 타웅수반 전 부총리는 오는 5일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의 생일을 앞두고 총리 청사·국립경찰본부·방콕시경·교육부·두씻동물원·내무부·외무부 등 10개 주요 정부청사를 점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1일 시위를 앞두고 경찰 2만여명을 배치한 데 이어 군병력 약 3,000명을 추가로 투입했다. 반정부시위가 본격화된 지난달 초 이래 군병력이 방콕 시내 치안유지에 투입된 것은 처음이다.

반정부시위대는 앞선 지난달 30일 수천명이 방콕 시내와 외곽의 정부청사단지 곳곳에서 시위를 계속했다. 시위대 일부는 이날 국영 전화회사인 TOT와 CAT 구내를 일시적으로 점거한 뒤 국제전화 운영회사인 CAT에 전력공급을 끊어 한때 전화와 인터넷 사용이 중단됐다. 수텝 전 부총리는 "주요 정부부처의 기능이 마비되면 정부도 버티지 못하고 붕괴할 것"이라며 점령시위를 계속할 뜻임을 밝혔다.

집권당인 푸어타이당은 시위를 진정시킬 마지막 수단으로 의회해산과 조기총선을 검토하고 있다고 방콕포스트가 이날 보도했다. 잉락 총리가 반정부시위대의 사퇴 요구를 거부하고 의회해산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데서 달라진 반응이다.

시위대의 상당수가 조기총선을 원하는 만큼 정부여당 측은 일단 조기총선 실시가 확정되면 시위가 진정되리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반정부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수텝 전 부총리는 이미 조기총선 방안을 거부하고 의회가 해산되더라도 이른바 '탁신 체제' 축출을 위한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총선이 실시된다 해도 농민층의 지지가 높은 여당이 재집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치대립이 격화되면서 동남아시아 경제규모 2위인 태국 경제에 대한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프라산 트라이랏와라쿤 태국중앙은행(BOT) 총재는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 불안이 소비·투자·관광산업 등에 충격을 주고 있다"며 "경기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태국 밧화는 시위가 확산된 지난달 28일 약 3개월래 최저치인 달러당 32.28밧까지 떨어졌고 SET지수도 5월 이후 17%나 하락했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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