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 올해보다 내년이 더 어렵다

韓銀 4.8%.민간硏 3%대까지 성장률 추락 전망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우리 경제가 내년에는 오히려 더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올해 우리 경제를 혼자서 견인한 수출마저 세계경제 회복세가 이미 정점을 지났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중국의 성장도 긴축의 여파가 나타나 내년 전망이 어둡다. 게다가 수출을 주도하는 주요 품목인 반도체 등의 가격도 하락세로 돌아서 수출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 5%에 훨씬 못미치는 3-4%대로 추락할것이라는 우려가 강하게 대두하고 있다. 수출둔화와 함께 내수.설비투자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경기를 지탱할 '기둥'이없는 상황이 초래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의 둔화 가능성, 미국의 금리 추가인상, 중국경제의 긴축, 높은 국제유가 등 외부 악재들이 불안한 먹구름을 드리우면서 내년 경기전망에 대한 우려가한층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18일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국내외 민관 연구소 등에 따르면 최근 올해 경제의 수정 전망치를 발표한 예측기관들은 대부분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로 갈수록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4.4분기에는 4% 안팎으로 추락할 것으로 내다보고있다. 그러나 문제는 하반기가 아니라 내년 이후의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3-4%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 내년 성장률 4%대 이하로 추락 한국은행은 성장률이 올해 5.2%에서 내년에는 4.8%로 떨어질 것으로 비공식 전망하고 있다. 또 주요 민간연구소들과 투자은행들이 내년 성장률 전망을 3% 후반 혹은 4%대로 하향 조정하고 했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장률이 당초 전망치인 4.3%에 못미친 3.8%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씨티그룹도 우리나라의 내년 성장률을 6.0%에서 4.5%로 낮춰 잡았으며 CSFB는 내년 성장률을 5.7%에서 4.2%로 하향 조정했다. 민간연구소들 사이에도 올해와 내년 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경제 전망에서 성장률을 3.4분기 5.0%, 4.4분기 4.6%로 내다봤으나 내년엔 이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선진국 경기가 내년에 하강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 데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둔화, 내수침체 지속 등을 고려할 때 내년 성장률은 4.3∼4.5% 정도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은 내년 1.4분기를 정점으로 우리 경제가 짧은 경기회복 후 다시 하강하는 `더블 딥'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국은행이나 KDI가 5%로 잡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감안하면 3∼4%대의 성장률은 우리 경제의 기본 체력에 훨씬 미달하는 수준이다. ◆ 하반기 성장률 내리막이 신호탄 한국은행은 올해 4.4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하반기 성장률만 5.0%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4.4분기 성장률을 4.0%로 잡고 있으며 내수와 투자가 살아나지 않으면 3%대 후반까지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자체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4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성장률이 1.4분기 5.3%,2.4분기 5.7%, 3.4분기 5.4%로 5%대를 넘을 것으로 봤으나 4.4분기엔 4.2%로 급격히 둔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국책연구소가 이처럼 4.4분기 성장률을 낮춰잡았다는 것은 그만큼 4.4분기 이후의 경제가 어려울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달말 분기 경제전망치를 내놓을 때 4.4분기 성장전망을 기존 예측치보다 낮출 계획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애초 하반기 성장률을 5.3%로 예측하고 3.4분기 5.8%, 4.4분기 4.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최근 발표되는 각종 경제지표들이 예상보다 좋지않게 나오고 있음을 감안할 것으로 보인다. ◆ 수출의 성장견인 동력 소진 작년 10월부터 급격히 증가한 수출이 내수.투자의 침체 속에 `외끌이'로 성장을 견인해왔으나 올해 4.4분기를 기점으로 급격히 둔화해 내년에는 성장을 견인하는 힘이 현격히 소진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KDI는 4.4분기 수출증가율이 10%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연말 수출경기가 좋았던데 따른 기술적 둔화 효과 때문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월간 200달러 넘는 수출이 계속되는 것을 두고 `부진'이라고 볼 수 없지만 수출이 경제성장에 기여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수출이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힘이 떨어지면 다른 부분이 고루 뒤를 받쳐줘야 하는데 지금의 여건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즉, 수출 둔화에 따른 공백을 내수가 메워야 하지만 투자와 소비가 수출 둔화분을 상쇄할 정도로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 세계 경기 둔화추세 역력 수출은 미국 등 선진국 시장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거의 절대적이다. 그러나 선진국 경기가 내년에 둔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며 중국도 긴축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성장속도가 이미 떨어지고 있다. 아시안월스리트저널은 미국의 성장률이 올해 4.5%에서 내년 3.5%로, 영국은 3.1%에서 2.1%로 떨어지는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경기의 회복세가 이미 정점을 지났음을 시사한다. 미국의 6월중 소매판매는 1.1% 감소, 1년 4개월만에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당초 전문가들이 0.8% 감소를 예측한 것에 비하면 감소폭이 무척 큰 편이다. 중국도 올해 2.4분기 성장률이 두자릿수에 못미치는 9.6%성장에 그치면서 지난해 3.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긴축 기조가 역력함을 보여준다. ◆ 주력 수출품목의 가격 하락 수출시장의 경기둔화와 함께 우리의 주력수출품목인 반도체와 LCD, 휴대폰 등의가격하락이 또 다른 복병으로 등장하고 있다. 반도체는 현물가 기준으로 이달 들어서만 벌써 가격이 3.5%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17인치 LCD모니터 패널가격을 최근 유럽시장에서 20% 인하했다. 반도체와 LCD가 내년 이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일 경우 수출에만 의존해오고 있는 우리 경제의 성장률에 일대 타격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삼성전자는 16일 2.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LCD부문의 영업이익이 2% 감소했고 휴대폰 등 정보통신 부문의 영업이익은 38%나 줄었다고 밝혔다. 가격하락 압박과 해외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으로 영업비용이 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 유가 불안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중질유가 최근 배럴당 40달러선을 다시 웃돌기 시작했으며 장기적 원유수급 상황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수입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바이유도 30달러 초반 이하로는 내려가기는 힘들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새로운 유전 발견 등에 따른 생산능력 확충 속도가 느려지고 있는 반면 전세계 석유수요는 계속 늘어남에 따라 고유가의 장기지속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 전문가 견해 한국은행 조사국 장민 박사는 "내수가 4.4분기 이후 살아나지 않으면 내년 상반기 성장률은 올해 하반기보다 낮아지게 될 것"이라며 "만약 내년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아래로 떨어진다면 이는 공장가동률의 저하와 실업률 증가, 투자.소비 위축 등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LG경제연구원의 신민영 연구위원은 "기업, 가계, 정부 등 경제주체들이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라며 "장래에 대한 불안으로 소비자는 지갑을 열지않고 기업은 투자를 하지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내년엔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을 소비와 투자에서 찾아야 하지만 나라 안팎의 어디를 둘러보아도 국내 소비와 투자가 수출둔화를 상쇄할 정도로 회복되리라는 징후가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박상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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