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에서 사상 최악의 여당 참패는 여권에 대한 누적된 불신과 민심이반이 주된 요인이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여기에 선거 도중 터진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 피습 사건 등 몇몇 요인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사상 최악의 여당 참패 결과가 빚어졌다는 것이다.
우선 높은 반여(反與)정서가 투표를 통해 표출되면서 한나라당이 반사이익을 거둔 측면이 적지 않다.
한국리서치의 지난 23-24일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한나라당이 승리할 경우 승인으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정부의 실정(26.4%), 열린우리당의 무능(20.2%),을 꼽았다.
이번 선거를 중앙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이자 심판으로 규정한 한나라당의 전략이 먹혀든 셈이다.
'권력형 비리의혹'이 승부를 갈랐던 지난 2002년 지방선거와는 달리 이번에는 민심을 여당에서 멀어지게 한 구체적인 원인도 쉽게 찾을 수 없다. 일시적이고 단편적인 악재 때문이 아니라는 얘기다.
열린우리당 핵심 당직자는 "한마디로 여권에 대한 누적된 불만, 불신이라고 패인을 설명할 수밖에 없다"면서 "재.보선 `27대0'이 보여준 민심을 그대로 방치해 왔던 것이 아니었느냐"고 말했다.
한나라당에 악재가 생길수록 야당 지지층이 더욱 결집하는 현상도 벌어졌다. 국민의 보수성향화도 한몫을 했다. 결국 어떤 전략이나 정책, 변수도 민심이반이나 반여정서를 넘지 못했다.
최연희(崔鉛熙) 의원 성추행 파문이나 김덕룡(金德龍) 박성범(朴成範) 의원의 공천헌금 수수 의혹 등 한나라당으로서는 대형 악재가 속출했지만 오히려 한나라당 지지층의 위기감을 자극할 뿐이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김한길 원내대표의 `경악' 발언, 이원영(李源榮)의원의 `광주사태' 발언, 문재인(文在寅)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부산정권' 발언 및 선거 막판 김두관(金斗官) 최고위원의 정동영(鄭東泳) 비판 등 내분 양상까지 터지면서 적지않은 타격을 받았다.
선거 초반 여당이 제기한 '지방권력 교체론'도 초반 효과를 발휘하는 듯 하다가 뒷심을 잃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한마디로 무능정권에 대한 심판론이 어떤 여당의 캠페인도 차단했다"고 분석했다.
여당의 지지층 결집 약화.와해는 여당의 참패를 더욱 가속화시켰다는 분석이다.
열린우리당은 선거에 임박해 `집토끼' 사냥에 나섰지만 돌아선 호남민심을 돌이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박근혜 대표 피습 사건은 한나라당 압승 구도를 다지는 결정타가 됐다. 특히 대전, 제주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막판 역전에 나선 것은 박 대표 피습 사건의 영향 말고는 설명할 요인이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각종 조사결과 박 대표 피습 사건 이후 한나라당 지지율은 수직 상승한 반면 열린우리당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고, 양당간 지지율은 사상 최고치 격차를 보이기도 했다.
우리당은 선거 막판 뒤늦게 차가운 민심의 현주소를 깨닫고 `한번만 기회를 달라', `한나라당의 싹쓸이를 막아달라'고 호소했지만 민심은 이미 멀어진 이후였다.
강원택(康元澤) 숭실대 교수는 "계속 낮은 지지율이 유지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집권당에서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면서 "이번 선거에서 서울의 경우 전통적인 열린우리당 지지층조차 이탈하는 현상이 크게 나타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