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고] 금융구조조정의 방향

현대경제연구원 정순원(鄭淳元) 전무 금융산업의 1단계 구조조정 작업이 매듭 지어졌다. 부실은행이 문을 닫고 살아 남은 은행들은 외국 금융기관과의 합작, 국내 은행간 합병이나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 건실도를 높였다. 그러면 국내 금융산업은 이제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산업발전에 기여할 것인가. 국내외 금융기관 간부들을 대상으로 현대경제연구원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는 긍정적이지 않았다. 외국인들은 아예 구조조정이 시작조차 안했다고 혹평한다. 무엇보다도 국내 금융기관의 최대 애로사항인 부실채권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부실채권 문제를 다룰 기관이 명확치 않고, 부실채권을 떠안을 국내 수요기반마저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수요기반을 확충할 외국인 투자가들은 한국의 신인도가 충분히 높아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부실채권을 안고 있는 상태로는 금융기관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 구조조정 이후에는 대부분의 기업이 자금조달원 축소에 직면하였고, 담보대출이나 꺾기와 같은 이른바 부적절한 대출 관행은 오히려 더 늘었다. 특히 금융기관들이 건전성 기준에 지나치게 얽매인 나머지 기업대출에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고, 경제위기 극복의 유일한 수단인 수출에 대한 금융마저 기피하고 있다. 이로 인해 1차 구조조정이 마무리되고 있음에도 신용경색 현상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 20% 내외의 자금조달 비용을 감내하기 어려워 도산위기에 처해 있고 실업도 더욱 늘어날 기세다. 국제경영연구원이 조사한 97년 국제경쟁력 보고서는 우리 금융 산업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국내 경제활동의 경쟁력 순위는 46개국 중에서 13위였으나 금융부문은 43위였다. 이는 금융부문이 국내 경재활동에 그다지 기여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최근 신성장 이론으로 자리를 굳힌 내생적 성장론에 의하면 금융발전은 성장을 더욱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 통상 자본투입이 증가하면 수확체감 법칙에 의해 성장률이 체감하게 되는데 금융은 이를 상쇄할 수 있다. 예컨대 은행은 고부가가치 기술부문에 자금지원을 확대하고 부실기업에 대한 조기 청산을 통해 투자낭비를 줄이는 것 등을 통해 투자 생산성을 높인다. 다시 말해 혁신과 지식창조부문의 외부금융 의존도가 클수록 금융부문의 효율성과 발전정도는 경제성장을 부추기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제 더 이상 금융이 실물부문의 성장에 짐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서는 이제까지 부실금융기관을 퇴출시키는데 치중했던 금융구조조정은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함으로써 금융의 중개기능을 정상화시키고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제고시켜 금융시장의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은행에 대해 정부가 조속한 증자 지원을 실시하고, BIS비율 충족시한을 연장하는 등 정책적인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그리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금융기관 스스로가 합병이나 경영혁신에 나서지 안을 수 없도록 시장친화적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영*화 '네/고/시/에/이/터' 애/독/자/무/료/시/사/회 1,000명 초대(호암아트홀) 텔콤 ☎700-9001(77번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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