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제' 시행, 국민생활 大혁명 시작됐다
레저·문화·외식업 매출증대 '부푼꿈'노동집약산업은 임금부담 늘어 울상더블잡族 늘고 취업주부도 증가할듯
기업체 20%만 주5일제
1일부터 주5일제(정확한 표현은 주40시간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된다. 주5일제는 앞으로 개개인의 일상생활을 변모시키고 가정경제뿐만 아니라 산업계에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게 분명하다.
하지만 국민 모두가 주5일제를 누리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 명암도 뚜렷하게 대비되고 있다. 주5일 수혜를 입는 대기업ㆍ금융기관ㆍ공공 부문 직장인들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즐거운 고민에 빠진 반면 중소ㆍ영세업체,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박탈감은 크다.
H그룹의 김모 차장은 이미 지난해 가을부터 주말 연휴를 온전히 즐기고 있다. 금요일 저녁이면 가족들과 2박3일 코스로 지방의 박물관을 찾기도 하고, 토요일 느지막히 일어나 아이들과 동네 뒷산을 오르며 그동안 밀린 아빠노릇도 한다. 김 차장은 “주말을 푹 쉴 수 있다는 게 웰빙”이라며 “가족들간의 사랑도 깊어지고 삶의 활력도 넘친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경기도 반월공단의 한 PCB 제조업체 근로자인 M씨는 “주5일제를 시행한 뒤 직원들이 여행도 가는 등 시간 여유가 늘어났지만 문제는 돈”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금 월급으로는 네 식구 생계비도 힘들다”며 “직원 가운데 3분의2 이상이 특근수당을 챙기려 주말에도 회사에 나온다”고 말했다.
학생을 둔 가정은 주5일제가 반쪽짜리가 될 공산이 크다. 아직 학교 현장에서는 주5일제가 일반화되지 못했다.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부부 중 한 사람만 주말에 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주5일제에 따른 파급효과가 서서히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주5일제가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지 않는 한 주5일 특수가 전면적으로 일어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주5일제로 주말 직업을 갖는 ‘더블잡’족이 늘어나고, 취업주부도 증가하는 동시에 학생들의 공부 부담이 더 늘어나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주5일제의 본격 시행으로 업계 판도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레저ㆍ문화ㆍ외식ㆍ교육산업 분야 시장은 30~40%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내 여행객의 평균 숙박률은 지난해 1.45박에서 올 상반기 1.76박으로 늘었다. 다만 여행업계 중 국내 분야는 상당수 고객이 해외 쪽으로 빠져나갈 것을 걱정하고 있다. 영화ㆍ연극ㆍ비디오ㆍ게임ㆍ음반ㆍ출판 등 문화산업도 기대에 부풀어 있다. 외식업계 역시 20대 초반에서 30~40대 가족들로 고객의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반면 공사기간이 돈과 직결되는 건설업체와 365일 공장설비를 가동해야 하는 섬유업계 등 노동집약적 산업에는 주5일제가 힘겨운 도전이다. 납기를 맞추기 위해 휴일 없이 일해야 하는 중소 하청업체도 주5일제가 반가울 리 없다. 한 자동차부품업체 사장은 “초과 근로수당이 늘어나고 대기업들이 증가하는 인건비 부담을 하도급업체에 떠넘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규진
기자 sky@sed.co.kr
입력시간 : 2004-06-30 1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