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9일부터 특1급 호텔에서 결혼식이 허용됨에 따라 국내 고급 예식장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이에따라 거의 모든 특1급 호텔은 결혼식 전담팀을 두고 막바지 사업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이들 호텔은 이미 1년전부터 예식업이 허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연회장을 새로 단장하고 고객유치 전략을 수립하는 등 본격적인 영업준비를 해왔다. 특히 리츠칼튼, 신라호텔 등은 결혼식 문화가 우리보다 10년 정도 앞서있는 일본의 사례를 집중적으로 벤치마킹해왔다.
기존의 일반 예식장은 『어차피 고객층이 달라서 별 영향이 없다』는 입장. 그러나 그동안 부유층 결혼식을 독식해온 특2급 호텔, 63빌딩이나 도심공항터미널 웨딩홀은 상대적으로 비상이 걸렸다. 매출의 30~40% 정도를 예식업에서 올리고 있는 특2급호텔인 노보텔·소피텔 앰배서더, 아미가 등은 연회장을 대대적으로 개보수하고 있다. 또 그동안 쌓은 노하우와 서비스, 1만6,000~2만원 정도의 저렴한 메뉴 가격을 내세우면서 손님들을 끌고 있다.
특1급 호텔에서 예식업이 허용된 것은 지난 1월초 국회에서 기존의 「가정의례법률」 조항을 폐지하고 「건전가정의례의 정착 및 지원에 관한 법률」로 대체하면서부터. 「법률 공포로부터 6개월 이후」로 경과규정을 둠에 따라 내달 8일부터 특1급 호텔에서 결혼식이 가능해졌다.
특1급 호텔들이 웨딩 판촉에 매달리는 것은 주중과 달리 주말이면 비즈니스 손님이 적어 식음료장이나 연회장이 텅텅 비기 때문. 주말 가동률이 겨우 30% 정도에 불과하지만 만약 결혼식을 유치하면 자연스레 식당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이 때문에 래디슨프라자 서울, 웨스틴조선 등 강북 도심에 위치한 호텔들이 강남지역 호텔들보다 결혼식 유치에 더 적극적인 편이다.
또 한가지 이유는 비좁은 결혼식장, 불편한 주차시설, 시장바닥같은 분위기, 30분에 불과한 결혼식 간격 등 기존 결혼식장의 영업 행태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특1급 호텔들은 우아하고 격조있는 분위기와 맛있는 음식, 점심·저녁 하루 2회의 예식 간격에 호텔의 세련된 서비스가 더해진다면 다소 가격이 비싸더라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올해초 예식업 허용으로 환호하던 분위기는 많이 수그러든 모습이다. 처음에는 매출의 30%를 예식업에서 올리는 일본 호텔의 경우처럼 「황금알을 낳는 거위」 쯤으로 기대했으나 생각보다 큰돈이 안 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일반 예식장이 없는 일본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기존 연회장 행사를 빼고, 호텔이 한달에 유치할 수 있는 결혼식은 최대 15건 정도. 한달 매출로 치면 3~4억원에 불과하다.
또 결혼 손님들이 많이 몰리면 기존의 비즈니스 손님들에게 「싸구려 호텔」이란 이미지를 심어줄까 걱정이다. 주말에도 연회 예약이 꽉 차서 웨딩사업을 그다지 열심히 준비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하얏트호텔의 관계자는 『어느 호텔이나 결혼식 손님이 많아지면 호텔 이미지가 나빠질 것을 염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특1급 호텔이 『호화사치 결혼식으로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여론의 직격탄을 두려워하고 있다. 요즘 정부가 「공직자 10대 준수사항」의 하나로 고급 예식장 사용을 금지한 사례에서 알 수 있듯 특급호텔 결혼식에 대한 일반인들의 눈초리는 아직까지 곱지 않다.
따라서 대부분의 특1급 호텔들은 아직까진 판촉을 하더라도 물밑작업을 통해 조용히 손님을 유치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어차피 문의전화도 많이 오고, 소수의 손님을 타깃으로 삼고 있는 마당에 괜히 소문내서 좋을 것 없다는 계산이다. 또 평소 비즈니스맨들의 연회장 예약률이나 예식장소로 들어가는 길목이 호텔 로비와 겹치느냐에 따라 사업 발걸음 정도도 약간씩 다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지금은 한두군데 호텔은 열심히 뛰고 있지만 나머지는 조금 관망하면서 뒤따라가는 분위기다. /최형욱 기자 CHOIHU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