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北리스크 생각보다 심각" 긴장…당분간 관망세 유지할듯

[北 11·23 연평도 도발] 해외 투자가 반응<br>"전쟁으로 확대되나" 해외IR서 질문 공세<br>일부 해외 펀드들은 한국물 모두 팔기도


북한이 연평도 도발을 일으킨 직후인 지난 2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 국내 상장업체의 기업설명회(IR)장. 회사 측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외국투자가들은 해당 기업의 사업 내용보다는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 대한 질문을 집중적으로 쏟아냈다. 이들은 "이번 도발로 한국 금융시장에 영향이 없겠느냐" "경영환경의 변동성이 커지는 것이 아니냐" 등의 질문을 잇따라 던지며 불안감을 나타냈다. 같은 날 싱가포르에서 IR를 열었던 또 다른 상장사도 외국투자가들로부터 비슷한 질문 공세에 시달렸다. 외국인들은 설명회 시작과 함께 "전쟁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 "이전과는 리스크의 정도가 다른 것 아니냐"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긴박하게 전개되면서 한국에 투자하는 해외투자가들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북한 도발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한데다 관련 국들의 대응 수위가 높아지면서 '이전과는 리스크의 차원이 다르다'는 불안이 확산, 외국인들이 짙은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그동안 원ㆍ달러 환율 하락과 증시 상승으로 한국에서 차익을 많이 낸 일부 해외 펀드들은 보유하고 있던 한국 관련물을 모두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한국 관련 주식과 채권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보다 당분간 관망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런던에서 IR를 진행했던 한 기업의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환율이 많이 뛰고 변동성이 커지는 데 대해 불안한 기색을 보였다"며 "이 때문에 투자의 큰 틀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올 들어서만 벌써 북한이 두 번씩이나 도발을 하면서 한국을 보는 시각이 그리 좋지 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 기업의 IR에서는 "민간인이 (북한 포격으로) 사망했으면 심각한 상황이 아니냐"라며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는 외국인도 있었다. 국내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인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진데다 유럽의 재정위기 확산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손실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한 증권사의 해외영업담당 과장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국내보다 해외 기관들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주식을 사고 파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크고 시기가 연말이기 때문에 예년보다 서둘러 연말 종가관리에 나서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보유하고 있는 한국 관련 주식과 채권을 대거 처분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과거 북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매수 기조를 유지해왔던 외국인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또 다른 증권사의 해외영업 관계자는 "한국물 비중이 10~20% 정도로 상대적으로 높았던 아시아 펀드 가운데 대만과 홍콩 쪽 일부 펀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 관련 증권을 모두 판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최근 외신을 본 미국 거주 투자자 중 일부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모두 현금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문의를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면서 해외 IR를 준비하고 있는 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실제로 다음달 초 미주와 유럽지역에서 IR를 준비 중인 한 대기업은 외국인들이 (연평도 사태) 관련 질문을 많이 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와 관련된 준비에 모든 IR 역량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한미 연합훈련이 끝난 직후까지 당분간 관망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의 해외영업담당 이사는 "아직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 지 판단하기 이르다는 게 대체적인 외국인들의 생각"이라며 "이번주 한미연합훈련이 끝난 후 적어도 2~3일간은 북한의 동향을 관찰하며 관망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 투자가들의 이러한 인식을 반영하듯 이날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 현물과 선물시장에서 각각 1,622억원과 2,145억원을 팔아치우며 코스피지수를 전날보다 6포인트 이상 끌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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