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빅뱅…/하영구 씨티은행 서울지점 부대표(특별기고)

◎통화 간접관리·책임경영 등 자율확대 뒤따라야○20년 논의에도 제자리 금융개혁위원회가 구성된다고 한다. 금융개혁은 지난 20년동안 꾸준히 논의되어 왔다. 문민정부에 들어서도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그 개혁방안을 만들었고 그에 따라 그동안 시행되어온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또 다시 금융개혁이 논의되어야 할 만큼 실제로 우리 금융이 취약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에 설치되는 금융개혁위원회에서는 「금융기관의 인수·합병」이나 「금융기관간 업무영역조정」등이 주로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자유시장체제에서 정부주도의 인수합병이 가능한 것이며 금융기관간 업무영역을 지금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것보다 얼마나 더 허물 수 있고, 우리 금융의 경쟁력은 얼마나 더 나아질 수 있을까. 진단을 제대로 못하면 올바른 처방도 할 수 없다. 그동안의 금융개혁노력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 금융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외국의 금융과 비교해 볼 때 다음의 6가지에 주로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유능한 은행장을 선출할 수 있는 투명한 제도와 책임있는 자율경영을 보장해 주는 환경이 갖추어져 있지 못하다. 경쟁이 치열해질 수록 능력있는 경영자가 필요하다. 능력있는 은행장을 선출하는 것은 은행에 주인을 찾아주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고 시급하다. 또한 선임된 최고 경영자가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임기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외국의 경우 주인이 누구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은행장이 유능하고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있는 은행은 번창한다. 유능한 경영자의 선출과 자율경영의 보장없이는 은행의 변화와 개혁을 기대할 수 없다. 예컨대 최고경영자의 실적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는 주인이 없는 조직이기에 더욱 절실하다. 유능한 은행장을 선임하는 제도를 갖추는 일과 자율경영을 보장해 주는 것은 금융개혁의 성공을 반이상 보장할 것이다. 둘째, 통화량관리에 있어서 직접적인 방식에 의존해 온 결과 금융기관의 자율적인 자금운영이 어렵게 되었다. 통화당국은 필요할 때 통화량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직접 시중은행으로부터 자금을 가져가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금융기관이 발전할 수 없다. 시중은행의 자금부가 통화당국만을 쳐다보게 해서는 안된다. 자금조절 방식이 바뀌어져야 한다. 통화량의 관리가 필요하다면 외국에서와 같이 간접적인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금융개방이 진전되고 있음에도 엄격한 통화량 목표 관리방식이 지속되고 있다. 금융시장의 개방과 자유화로 통화량을 조절하는 일은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통화당국은 매월, 매분기, 매년 통화량 관리 목표를 지키려고 하고 있다. ○정부 눈치만 보는 시은 세계에서 우리처럼 엄격한 통화량 목표 관리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도 거의 없다. 엄격한 통화량 중심정책이 직접적인 통화량 조절방식과 결합되어 우리 금융기관의 운신의 폭을 줄이고 있다. 금융기관이 숨을 쉴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금융개방에 맞추어 통화신용정책의 중간목표를 다시 검토해보아야 하겠다. 넷째, 필요한 금융규제와 그렇지 못한 규제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 건전하고, 유동성이 확보되어 있고 위험관리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다면 여타 정부규제의 필요성은 크지 않을 것이다. BIS의 자기자본비율규제 등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규제는 대폭 강화하고 여타규제는 과감히 철폐하여야 한다. 이렇게 할 경우 자산규모를 대폭 줄여야 하는 은행도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차이를 인정해야 금융이 발전할 수 있다. 다섯째, 신용이 있는 고객을 가려내는 장치가 미흡하다. 금융은 신용의 공여이므로 신용이 있는 고객을 잘 가려내는 작업이 우선 이루어져야 한다. 신용이 있는 고객이 누구인지 알아야 신용대출도 늘어난다. 개인과 법인에 대한 신용정보를 효율적으로 수집·관리·활용하는 체제가 마련되어야 한다. ○채질개선 계기되길 마지막으로 아직도 정부나 정치권의 할 일과 금융이 해야 할 일이 혼동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출결정 등에 정치권이나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되고 중소기업지원 등 정부가 할 일을 금융에 떠맡겨서도 곤란하다. 이러한 관행과 정책이 지속되는 한 선진외국에 기반을 둔 외국 금융기관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 현재 우리 금융은 취약한 상태에 있지만 해결방법은 있다. 다만 정확한 진단에 따른 처방이 필요하다. 현재의 금융정책당국에만 화살을 돌려서는 큰 기대를 할 수 없다. 시장원리에 맞지않게 무조건 금리를 낮추어 달라는 기업인의 주장에도 문제가 있고 통화증가율이 조금만 올라가도 물가가 불안하다고 앞장서는 언론에도 문제가 있다. 금융수요자를 기업인 위주로 보는 시각도 금융에 있어 기업이상으로 중요한 개인고객을 도외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금융개혁, 이번에는 제대로 되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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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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