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BIS "세계 금융시장 위험한 행복에 빠졌다"

국제결제은행(BIS)은 29일(현지시간) 연례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금융시장이 주식·채권·상품 가격의 트리플 강세로 "위험한 행복에 빠져 있다"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금 가격과 다우존스지수, UBS상품지수, 미 국채 10년물 가격, MSCI 선진국 및 신흥국 주가지수가 상반기 중 동반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세계 금융시장의 6대 지수인 이들이 동시에 상승한 것은 1993년 이후 처음이다.


BIS 경고의 핵심은 한쪽이 오르면 한쪽이 내려야 하는 트레이드오프(trade-off·상충) 관계인 자산시장에 정상적 범위를 벗어난 거품이 끼고 있다는 것이다. 신현송 BI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를 발표하며 "지난 금융위기 때는 은행이 주인공이었으나 이제 기관투자가를 포함한 (금융의) 다른 부분에 위험이 확산됐다"고 진단했다. 미국·유럽 등 세계 주요 경제축들이 위기극복과 경기부양을 위해 공급한 과잉 유동성이 각국의 거시 경제구조 내에서 선(善)순환하지 못하며 금융시장의 거품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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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008년 이후 우리를 포함한 신흥국 기업들은 2조달러 넘게 초과 차입한 상태다. 금리가 뛰기 시작하면 원리금 상환과정에서 일부 신흥국 시장에 파국적 상황이 벌어지고 이는 선진국 금융권으로 전염될 수 있다. BIS는 통화정책이 정상적으로 복귀하지 못할 경우 "요란한 출구전략"이 예상된다는 불길한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세계 각국이 과다 차입에 의한 성장전략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거품은 언젠가 터지게 돼 있다. 주요 선진국들의 금리인상이나 투자자들의 두려움이 촉발할 수도 있다. 우리 경제에 타격을 준 1997년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결국은 거품붕괴가 원인이었다. 자산시장의 균형이 깨지면 결국 큰 폭의 조정이 불가피하고 이는 경제의 장기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예고된 재앙은 재앙이 아니라고 하지만 지금의 글로벌 금융시장이 정상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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