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대륙 서부 해안의 세네갈은 인천국제공항에서 중동의 두바이를 경유해 비행기로 꼬박 20시간을 날아가야 도착한다. 이곳에는 동원그룹이 유럽·북아프리카·중동 시장의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 2011년 11월 2,100만달러를 투자해 인수한 수산캔 제조회사 'SNCDS'가 있다. 동원그룹은 SNCDS 인수 후 회사명을 'SCASA(아프리카 통조림 주식회사)'로 변경하고 생산시설 및 판매망을 정비해 지난해 상반기부터 '토니카(THONICA)'라는 자체 브랜드 및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참치캔을 생산, 유럽에 전량 수출하고 있다. 동원그룹이 SCASA를 인수한 배경은 수십년 동안 쌓아온 수산 전문기업의 명성이 해외에 널리 알려진 덕분이다. 지난 2010년 12월 주한국 세네갈대사관이 동원그룹에 협력제안서를 보내와 SCASA 인수를 위한 검토작업에 착수했다. 이후 세네갈 해양경제부 장관이 한국을 두 차례 방문하고 세네갈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등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와 거래가 성사됐다.
서정동 동원그룹 홍보실장은 "동원그룹은 원료조달·생산·영업 등에서 두루 경쟁력을 갖춘 수산 전문기업인데다 2009년 미국 스타키스트 인수를 통해 글로벌 사업역량도 검증 받았다는 점 때문에 세네갈 정부가 적극적이었다"며 "우리와 협상이 시작되자 세네갈 SCASA 공장 근로자들이 '매각을 빨리 진행해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 실장은 "동원그룹은 SCASA 인수를 계기로 세네갈 정부로부터 어획 쿼터 확보에 대한 지원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대한민국의 수산 식량자원 확보 개척사로도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아프리카 대륙 동쪽 케냐에서는 전화 한 통으로 농심 신라면을 구입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케냐 유일의 홈쇼핑 채널인 'GBS홈쇼핑'에서 판매되는 신라면은 하루 2회씩 소개되며 수도인 나이로비와 인근 지역까지 무료 배달된다. 신라면이 케냐 홈쇼핑에 진출하게 된 것은 신라면의 글로벌 브랜드 파워에 주목한 현지 기업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농심은 지난해 4월 케냐에 첫 수출을 시작해 현재 신라면·새우깡 등 15종의 라면 및 스낵제품이 현지 최대 대형마트인 '니쿠마트'와 슈퍼마켓 등에서 판매된다. 농심은 1980년대 후반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첫 수출을 시작한 이래 케냐·가나 등 아프리카 여러 나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세계 다른 지역에 비해 면류 음식문화가 덜 발달돼 있어 라면시장 성장이 기대되는 지역으로 꼽힌다. 송형도 농심 해외시장개척팀 대리는 "전세계 8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는 신라면의 브랜드력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 아프리카가 농심 해외사업의 신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내 식품·외식기업들이 신시장을 개척하는 데는 전문성이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길게는 수십년 이상 한우물을 파온 사업 경험과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미주나 동남아 등 기존의 주요 진출 지역에서 벗어나 아프리카·중동·유럽 등 미개척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CJ그룹도 오랜 식품사업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세계문화의 중심지로 꼽히는 유럽에 식품한류의 깃발을 꽂은 경우다. 2012년 7월 영국 런던을 통해 유럽에 첫발을 내디딘 CJ푸드빌의 한식전문점 '비비고 소호점'은 진출 1년여 만인 지난해 10월 국내 외식기업 해외매장 최초로 레스토랑 평가서인 '미슐랭가이드'에 등재돼 화제를 모았다. 21일에는 스위스 다보스포럼 개막 전야 행사에서 비빔밥 등 한식 메뉴를 선보여 세계 각국의 주요 인사들에게 한식을 알리기도 했다. 안헌수 CJ푸드빌 글로벌팀장은 "비비고는 해외 매장 수가 많지 않은 대신 단기간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런던올림픽 개막에 맞춰 런던에 소호점을 열었고 해외 주요 인사들에게 한식을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비고 소호점은 영국인들이 와플을 즐겨 먹는다는 점에 착안해 붕어빵을 활용한 '비비고 골드피시', 순대를 응용한 디저트인 '블랙푸딩' 등 한식을 기본으로 현지화를 시도한 메뉴들과 서비스 등이 호평을 받아 심사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슐랭가이드에 이름을 올렸다. 이를 계기로 영국 주요 언론에서는 올해를 선도할 5개 주요 음식 트렌드 중 하나로 한식을 소개하는 등 비비고가 영국에서 한식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고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판단 아래 해외 지역별 맞춤형 매장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아프리카와 유라시아대륙을 잇는 중동 지역도 '오일 머니'로 쌓은 경제력에 30대 이하 젊은 소비층이 급증하며 신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류 열풍에 주목한 사우디아라비아 케덴그룹의 요청으로 카페베네는 케덴그룹과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해 지난해 8월 수도 리야드에 첫 매장을 열고 국내 커피전문점 업계 최초 중동 진출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정진현 카페베네 해외사업본부장은 "1970~80년대 중동 건설시장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영향으로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와 향수가 남아 있다"며 "메뉴뿐 아니라 서비스·매장 등 한국 기업의 새로운 이미지를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