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북한 간행물 등을 소지한 혐의와 관련해 국가보안법(이적동조 등)을 김씨에게 적용하기에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보고 보강 수사를 통해 적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이 이적성 의심 문건 등에 대해 내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내사 결과와 이메일, 디지털증거 분석 결과 등을 종합해 국가보안법 적용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법의학자 등에게 자문한 결과 리퍼트 대사가 입은 상처 등에서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고 김씨에게 상해가 아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14cm에 이르는 날을 포함해 손잡이까지 총 길이 24cm인 과도로 리퍼트 대사의 얼굴과 목을 겨누고, 네 차례 이상 내리찍는 등 공격 방법이 살인에 이르기에 충분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지난달 14일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뒤 리퍼트 대사의 수술을 맡았던 전문의 2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상처 부위와 정도를 확인했고 수술 기록도 함께 검토했다.
리퍼트 대사는 우측 뺨과 아래턱 부위에 길이 11cm, 깊이 1∼3cm의 열상(피부가 찢어진 상처)을 입었다. 방어 과정에서는 칼날이 팔뚝을 꿰뚫는 관통상을 입었다.
검찰은 목 쪽 경동맥 1∼2cm 위까지 상처가 있고, 상처 깊이가 광대뼈 쪽 5mm부터 턱밑 쪽 3cm까지 목 부위에 가까워질수록 깊어져 경동맥 손상으로 인한 사망 위험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살해 의도는 없었다고 강하게 부인했지만 검찰은 한미연합훈련 반대라는 정치적 목적을 갖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데다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과도를 사용해 얼굴과 목을 겨냥한 점 등을 종합할 때 고의성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은 공모 여부와 관련해 일단 김씨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리고 추가 수사를 통해 다른 가담자가 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김씨는 지난달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가 주최한 조찬 강연회에서 흉기로 리퍼트 대사의 얼굴과 왼쪽 손목 등을 찔러 상처를 입히고 현장에서 붙잡혔다.
주한미군 철수, 한미연합훈련 반대 등을 주장했던 김씨는 지난달 2일 훈련이 시작되자 미 대사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범행 현장에서 뿌렸던 ‘전쟁훈련 중단’ 등의 주장이 담긴 유인물을 만들었다.
앞서 김씨는 2월 17일 민화협에서 미국 대사 초청 강연회 초대장을 받자 일주일 뒤 민화협 관계자에게 참석 의사를 유선으로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