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수출입대금 가뭄에 콩나듯 네고/외환 매매율차 확대 잇속챙기기 급급/기업, 신용장개설 어려워 자금회전 ‘뚝’『기한부 수출환어음의 네고(매입)가 끊어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일람불 신용장의 네고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수출용 원자재의 수입 신용장 개설이 중단되거나 한국경제와 환율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하다면서 속속 이탈하고 있다』 『이 마당에 은행들은 가뭄에 콩 나듯 수출입 대금을 네고해주면서 종전에 외환을 팔 때는 기준환율+0.4%, 살 때는 기준환율―0.4%로 쳐주던 것을 최근들어서는 팔때는 기준환율+2%, 살 때는 기준환율―2%로 매매율차를 확대해 잇속 챙기기에 급급하다』
수출업체 담당자들은 『이같은 이중, 삼중의 부담으로 수출차질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연말에 자금수요가 집중되는데도 수출대금 네고가 되지 않고 수출환어음의 만기 연장이 거부되는가 하면 무역금융도 축소돼 수출업체들의 자금회전은 사실상 마비상태』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수출업계는 또 『수출 착수금 한도 확대 등 수출관련 외환규제의 완화도 재정경제원에서 방침은 결정했지만 아직까지 시행은 되지 않고 있다』며 『현상황은 극심한 자금경색이 금융시스템의 마비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실물경제의 붕괴로 진전되고 있는 단계』라고 진단했다.
니트수출업체인 S사의 관계자는 『일부 은행은 수출후 10여일 지나면 수출대금이 결제되는 일람불신용장마저도 취급을 하지 않아 수출 차질은 물론 투입비용만큼 자금사정이 악화된다』면서 『특히 1백만달러 이상의 고액은 네고조차도 힘들다』고 밝혔다.
합섬직물 수출업체인 D사는 『신용장 네고과정에서 수출대금을 달러가 아닌 원화로 받아가라고해 운영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있다』고 한숨지었다.
국내 금융기관들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것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조선업계의 경우 선박건조 자금을 대는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국내은행이 아닌 외국계 금융기관의 리펀드 개런티(선박선수금 환급보증)를 요구하고 있어 영업에 타격을 받고 있다. 씨티은행 등 외국계은행들은 리펀드 개런티를 국내 시중은행의 연초 게런티인 선박가격의 0.1%는 물론 최근의 게런티 0.2∼0.3%보다 10배 이상 비싼 3%를 요구, 국내 조선업체들을 당황하게 하고 있다.
현대, 대우 등 대형조선소들은 지난달 중순이후 시중은행에서 리펀드 게런티를 못하자 그나마 신용등급이 나은 수출입은행을 통해 근근히 영업을 하고 있다.<채수종·권구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