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수출 3,000억弗 시대 향해

우리의 수출이 지난 2003년 이후 3년 연속 두자릿수를 기록하며 호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04년에는 전년동기 대비 19.3% 증가에 31.0%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수출 총액이 2,538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로써 95년 수출 1,000억달러 달성 이후 9년 만에 수출 2,000억달러시대를 열었다. 올해 1~9월 중에도 누적수출액은 2,077억달러로 전년 대비 12.3%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실적은 지난 86~88년 중 연평균 26.4%의 증가세를 보였던 3저 호황기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의 수출 여건은 3저 호황기와는 달리 배럴당 55달러(두바이유 기준)가 넘는 고유가와 국제금리의 상승세, 그리고 원화의 달러화ㆍ엔화에 대한 동반 강세 등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는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혹자는 이를 2003년 이후 보였던 세계 경제의 호황에서 찾는다. 그러나 세계 경제 호황만으로는 우리 수출이 중국을 제외한 일본ㆍ대만 등 주요 경쟁국들보다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현상을 설명할 수는 없다. 우리는 그 이유를 우리 수출제품의 경쟁력 향상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생산성 제고 노력으로 품질과 디자인 수준 등을 지속적으로 개선했던 반도체ㆍ휴대폰ㆍ자동차ㆍ조선ㆍ철강 등 주력 품목의 경쟁력 향상을 주목할 만하다. 우리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이들 5개 품목은 2004년과 올해 1~9월 중 수출에서 43%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우선 반도체 부문의 생산성 향상 노력은 과감한 설비투자 단행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반도체 부문의 특성상 설비투자 능력이 기술과 경쟁력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와 같은 투자에 힘입어 낸드플래시메모리에서 99년 이후 6년 연속 신제품 개발에 선두를 지속하고 있다. 또한 휴대폰 업계는 ‘신(新)제품 선(先)출시’ 기조하에서 기능과 디자인 혁신을 선도했으며 다양한 기술을 배경으로 MP3폰ㆍDMB폰 등 컨버전스 제품을 개발해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여왔다. 자동차 부문은 그동안 한국차의 아킬레스건이었던 품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함과 동시에 소형 위주에서 중대형ㆍSUV 등 품목 다양화를 통해 수출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었다. 2002년 이후 건조량 기준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조선 부문의 호조는 육상건조 등 신공법의 개발과 기술경쟁력에 기반을 둔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의 수주에 기인했다. 또한 철강 부문은 성공적인 구조조정과 파이넥스 등 첨단기술을 통한 제품의 고부가치화 등이 주효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91년 이후 생산성 향상이 수출 증가에 대한 기여율을 분석한 결과, 외환위기 이전인 91~97년 중에는 생산성의 기여율이 34%에서 98~2004년 중에는 49%로 15%p나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원ㆍ달러 환율이나 엔ㆍ달러 환율 등 가격 변동이 수출 증가에 미친 기여율은 같은 기간 중에 27.9%에서 2.3%로 크게 하락했다. 이는 우리의 수출 전략이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가격경쟁력에서 생산성 향상에 기반을 둔 품질경쟁력 제고에 더 노력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우리 수출은 이와 같은 경쟁력 향상 지속으로 오는 2006년에는 3,000억달러시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수출 5,000억달러시대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또한 새로운 수출 주력산업과 품목의 개발, 자유무역협정(FTA)체결 확대 등을 통한 해외시장의 질적 확대 등이 시급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중국의 추격과 일본의 견제 등으로 이러한 목표는 더욱 요원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