申행장의 퇴임은 서울은행 직원들에게 적잖은 충격이었다. 서울은행의 한 직원은 『갑자기 申행장 퇴임을 알리는 행내 방송이 흘러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언젠가 떠날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결정을 내릴줄은 몰랐다』고 말했다.申행장이 취임한 지난 97년 8월, 서울은행은 이미 풍랑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었다. 은행 경영은 날로 악화돼 98년 초에는 1조5,000억원의 공적자금 투입으로 기존 주식이 8.2대 1의 비율로 감자되는 사태가 빚어졌고 주주들의 비난이 경영진에게 쏟아졌다. 지난 2월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수개월을 끌어온 HSBC와의 매각협상은 결국 실패로 끝났고 4조5,000억원의 2차 공적자금 투입이 결정되자 「세금먹는 하마」라는 오명이 씌워졌다. 일련의 과정에서는 4,000여명의 직원이 은행에서 내몰렸고 많은 고객들이 등을 돌렸다.
申행장은 이임사를 통해 『지난 2년여 동안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며 『못할 짓을 했다』고 고백했다. 은행이 휘청이고 직원이 떠나가고 부실이 쌓여갈 때마다 쏟아지는 비난을 감수하는 것이 은행장의 몫이었다.
申행장은 2차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부담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2년여 은행장 생활을 청산했다. 서울은행 직원들은 『안타깝지만 자진 사퇴하는 뜻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떠나는 申행장에게 박수를 보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들도 하나같이 『깨끗하게 떠나는 모습이 보기좋았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금융권 상당수 경영인이 구조조정 칼날 앞에 몸보신에만 열중하고 있는 상황과 견주어 보면 「떠날 때」를 아는 申행장의 뒷모습이 어느 때보다 아름답게 보인다.
신경립 기자KLS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