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EU 섬유분쟁 극적 타결
美·中 통상마찰도 돌파구 찾나양측 힘겨루기속 'EU수준' 타협가능성눈덩이 美 무역적자도 中에는 큰 부담위앤貨 절상 겹쳐 합의 쉽지는 않을듯
베이징=고진갑특파원 go@sed.co.kr
중국과 유럽연합(EU)간 섬유분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미ㆍ중 통상마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미국간의 감정의 골이 깊어져 여전히 앞이 잘 안보인다”면서도 “이번 중ㆍEU간의 협상 타결이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는 촉매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해 타협의 가능성을 열어 뒀다.
◇중-EU 극단적인 대립은 피했다=중국과 EU의 섬유 분쟁이 마침내 타협점을 찾았다. 피터 만델슨 EU 무역담당 집행위원과 보시라이(薄熙來) 중국 상무부장은 지난 10일 중국 상하이에서 10시간이 넘는 협상 끝에 2008년까지 3년동안 중국산 섬유 수입을 규제키로 하는 데 합의했다. 합의에 따르면 중국은 T-셔츠와 아마실 포함한 10개 품목의 EU 수출 증가율을 2007년까지 연간 8~12.5% 수준으로 제한해야 한다.
이번 합의는 우선 양측이 극단적인 대립을 피해 서로간의 실리를 택했다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합의로 중국 수출업계는 EU시장에서 단덤핑관세나 쿼터제 부활 등의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EU 역시 섬유산업에 숨통을 돌릴 수 있는 여유를 갖는 명분을 얻음으로써 최대 경제파트너로서의 관계를 유지시키게 있게 됐다.
◇미ㆍ중도 ‘EU수준’ 타협 가능성 제기= 중국과 EU의 합의는 감정싸움으로 비화되며 불신의 벽이 높아진 중국과 미국과의 무역분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겉으로는 양측이 서로를 비난하면 힘겨루기를 지속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미국의 수입제한는 EU와 다른 것으로 이는 국제사회로부터 차별적이고 보호주의적인 것으로 비난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미국은 중국의 섬유수출은 자국 이익만을 고려한 불공정한 것으로 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하겠다며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속내를 보면 대화로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실제로 중국 당국자들은 이달말께 미국과 섬유협상을 재개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도 현재 EU와 중국간 합의내용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정부측은 이번 합의내용이 미국업계에도 부합할 경우 비슷한 협상을 전개할 방침이라고 미국업계 관계자들이 전했다. EU와의 협상을 끝낸 후 중국 상무부의 고위 관계자가 “우리는 미국과의 극단적인 대립을 원하지 않으며, EU와 비슷한 수준이라면 합의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대화를 통해 극적인 돌파구 마련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미 4월 무역적자 확대 중국에도 부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미국의 무역적자도 중국에게는 큰 부담이다. 4월에는 미국의 무역적자는 570억달러에 달했다. 또 지난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규모는 무려 800억달러에 달했다. EU(370억달러)에 비해 무려 두 배 이상 많은 것이다. 반면 중국은 올들어 5월까지 30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무역적자 해소가 양측 모두에게 더 이상 방치해 둘 수 없는 상황까지 가게 된 것이다. 최근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중국무역구조를 제조업 중심에서 고부가ㆍ고기술 제품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제조업 수출을 줄여 미ㆍ중관계가 더 악화되는 것을 막아보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미국의 압력이 단순한 무역개선보다는 위앤화 절상과 같이 중국도 양보할 수 없는 조건을 담고 있어 쉽게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입력시간 : 2005/06/12 1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