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건강보험이 실시된 지 30년이 됩니다. 국민건강 보장의 새로운 원년으로 삼아 국민의 건강수명을 늘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재용(53ㆍ사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설립 30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국민에게 사랑받는 공공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제도와 조직을 모두 개선, 경쟁력을 높여가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 취임한 이 이사장은 “타이완의 경우 총통이 설립일에 직접 참관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을 국보(國寶)로 부를 만큼 국민과 정부 모두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면서 “건강보험공단이 우리 국민들로부터 국보라고 불릴 만큼 대대적인 혁신에 나서겠다”고 변화의지를 밝혔다. -이사장에 취임하신 지 6개월이 넘었고 공단은 올해 설립 30주년을 맞이합니다. 건강보험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아직 부정적인데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지난해에만도 건강보험료가 3차례 올랐습니다. 이런 이유로 국민들의 감정이 우호적일 수 없습니다. 자꾸만 보험료를 올린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복잡한 보험료 산정기준을 보다 단순화하고 보험료 변경을 가능한 1년에 한 차례 하는 방향으로 줄일 계획입니다. 올해 ‘보험료 부담은 더 공평하고, 제도 운영은 더 효율적이며,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한’ 고품질의 차세대 건강보장으로 혁신하기 위해 민간전문가 중심의 ‘차세대 건강보장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습니다. 여기서 ▦국민의료비의 적정규모 분석 ▦국민의료비에 대한 건강보험과 민간재원간의 최적 분담방안 ▦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 및 달성 전략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및 재원확보 방안 ▦건강보험 급여비 지불체계 개편방안과 로드맵 등을 제시할 것입니다. 또 ▦치료 위주의 사후적 투자에서 건강검진 등 사전적 투자로 전환 방안 ▦건강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저소득층 건강보장 강화방안을 수립할 것입니다. -건강보험이 보장성을 강화하면서 재정적자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역 가입자와 달리 세원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직장 가입자간의 형평성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은 무엇입니까. ▦건강보험 재정은 현재 1조원 이상 흑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5년에 2006년도 건강보험 재정을 마련할 당시 4,000억원의 적자를 예상했지만 병원입원시 식대 지원 시기를 늦추는 방법 등을 통해 지난해에 700억원대 적자로 줄였습니다. 건강보험 흑자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총보험료 대비 관리운영비 비중을 3% 수준으로 낮췄습니다. 이는 세계적으로 매우 효율적인 운용능력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외부에서 볼 때 직장가입자 보험료 산정기준은 월급소득에 한정하는 데 비해 지역가입자는 소득에 자동차 보유, 부동산 등 보다 복잡한 기준을 갖고 있습니다. 대부분 직장 입자들이 지역가입자에 비해 보험료를 많이 물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직장가입자에게 지역기준을 적용하면 지금보다 더 보험료가 올라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고소득 자영업자들이 건강보험료를 대거 체납하면서 다른 가입자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은. ▦공단에서는 91%대에 머물고 있는 징수율을 매년 높여나가 오는 2011년에는 95%까지 올리고 2006년 말 현재 1조9,400억원인 지역 체납보험료를 2011년에는 1조4,000억원으로 줄여나간다는 중장기전략을 마련했습니다. 이러한 중장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소득 체납자에 대한 강제징수가 불가피합니다. 납부능력이 있는 체납자는 강제징수 강화로 고액체납 장기화를 방지하도록 할 방침입니다. 이를 위해 장기 고액체납자와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전국 지사에서 체납자를 상대로 철저한 분석을 통해 반드시 체납 보험료를 받아내도록 하겠습니다. -새로운 건강보험공단으로 거듭나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사안은 무엇입니까. ▦그동안 공단이 보험료 부과ㆍ징수ㆍ급여에만 치중해왔습니다. 앞으로는 국민의 건강수명을 늘리고 일생동안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선제적 질병예방, 지원기관으로 새로 태어나야 합니다. 현재 우리 국민들의 평균수명은 77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에서도 톱클래스 수준입니다. 하지만 질병을 앓지 않고 지내는 건강수명은 64세 정도로 무려 10년 이상을 질병에 시달리며 살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는 선진국에 비해 매우 뒤처지는 것으로 앞으로는 건강수명을 70세 이상으로 끌어올릴 방침입니다. 이를 위해 올해는 40세ㆍ66세 생애전환기에 있는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건강검진을 실시합니다. 앞으로 임신ㆍ출산부터 사망에 이르는 전생애에 걸쳐 국민들의 건강을 보장해주는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조직을 개선하겠습니다. -치과의사 출신으로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의료법 개정에 대한 견해는 어떻습니까. ▦의료법은 51년에 제정되고 73년에 전면 개정된 후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필요할 때마다 부분적인 개정이 있었지만 의료접근성을 가로막는 과다한 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의료법 개정은 국민들의 건강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진행 중입니다. 이와 함께 이미 수술이나 의료장비면에서 높은 수준에 올라 있는 한국 의료경쟁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산업화ㆍ선진화를 추진해야 합니다. 의료법 개정의 방향이 이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데 비해 의사들은 대안제시보다는 대화거부ㆍ반대만 하는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의 성격상 과격한 반대보다는 합리적인 대화와 타협에 나섰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이사장 재임기간 중 꼭 해보고 싶은 부문이 있다면. ▦조상들의 뛰어난 의료적 혜안과 능력을 되살리는 데 높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음식을 통해 질병을 고치려는 노력을 해온 나라는 세계에서도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질병의 원인과 기의 흐름, 음식을 통한 치료 등 질병을 고치는 능력과 경험에서도 조상들의 뛰어남을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해방 후 서양의학이 들어오기 전에 침과 뜸으로도 상당한 질병을 예방했던 경험도 앞으로 되살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사장 재임기간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일생동안 이 부문에 대한 관심과 복구를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4대 사회보험 징수 부문을 통합하는 방향의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건보공단은 이에 대해 어떻게 준비하고 있습니까. ▦2009년 1월까지 4대 사회보험공단(국민연금ㆍ건강보험ㆍ산재보험ㆍ고용보험)의 부과ㆍ징수업무가 통합되면 조직통합에 따른 유휴인력을 강제적인 구조조정보다는 노인수발보험, 가입자 보호서비스 등 새로운 사업 분야에 재배치할 방침입니다. 건보공단의 부과ㆍ징수업무 인력 5,000명 중 절반 정도(2,400명)는 통합조직으로 보내고 나머지는 새로운 업무부서에 맡겨 무리 없이 조직을 안정화시켜갈 계획입니다. 한편 통합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높은 건강보험료 징수율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습니다. 건보료 징수율은 90%를 넘어서는데 국세청 산하 징수공단으로 업무가 이관되면서 오히려 조세저항으로 인해 징수에 어려움을 겪을지 않을까 하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4개 기관의 업무가 통합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중복투자 부문도 워낙 시간이 촉박해 문제제기를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건강보험공단의 비전
보장비율 2010년엔 72%로 심사 문턱 높여 지출 최소화 한국 건강보험의 역사는 지난 63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정부는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직장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근거를 담은 의료보험법을 제정했으며 70년에는 자영업자 대상의 건강보험 적용 근거 법률을 마련했다. 77년 7월1일 국내 최초로 486개의 5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의료보험이 실제로 실시되면서 건강보험의 역사가 본격화했다. 이후 79년에는 공무원, 사립학교 교직원과 300인 이상 사업장으로 의료보험 대상이 확대됐다. 81년부터는 100인 이상 사업장으로 적용이 확대됐고 88년에는 농어촌 지역, 89년에는 5인 이상 사업장으로 의료보험의 지평이 넓혀졌다. 특히 89년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의료보험을 본격적으로 실현한 해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97년에는 공무원, 사립학교 교직원 의료보험과 지역의료보험을 통합하는 국민의료보험법을 제정했다. 이어 99년에는 공무원ㆍ사립학교, 지역의료보험에다 직장의료보험까지 통합하는 국민건강보험법을 만들었고 2000년 7월1일 의료보험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완전 통합되는 조치가 이뤄졌다. 이는 20년 넘게 유사단체와 유사소득 가입자들끼리 의료보험조합을 결성해 독립채산 방식으로 운영해오던 틀을 완전히 바꾼 것이다. 2000년부터는 건강보험공단으로 일원화되면서 전국적 단위의 운영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러나 건보공단은 지역과 직장의료보험이 통합되면서 노조가 2개로 나눠진 상태로 인력구조면에서 장기적인 통합을 여전히 필요로 하고 있다. 한편 건강공단의 영원한 숙제는 보장성을 강화하고 재정 흑자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두 요인이 상충하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는 데 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이면 자연히 비용이 추가되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흑자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건보공단은 지난해 61.3%에 머물렀던 보장성 비율을 올해 70%, 오는 2010년 72%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 재정 건전화를 위해 급여 및 심사기준의 합리화와 고가의약품 심사기준 강화를 통해 지출을 줄일 방침이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포지티브 리스트(약제비적정화정책)는 의약품 가격 인상을 최소화해 건보재정 지출을 줄이는 방안으로 적극 활용될 예정이다. 아울러 공단은 올해 의약품 가격을 제약회사와 직접 협상해 결정한다. 약효 대비 경제성을 따지는 보험자로서의 역할을 하겠다는 게 공단의 입장이다. 이재용 이사장은… 직원들도 두손 든 '열혈 首將'
체육대회 축구경기중 태클로 실신 치료받은후 돌아와 끝까지 자리지켜
한센병 환자와 스스럼없는 스킨십도 이재용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일화가 많은 인물이다. 공중보건의 시절 야학을 하면서 사회활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그는 대구에서 이재용 치과를 개설한 후 보다 본격적으로 시민단체 활동에 나섰다. 참여단체만도 무려 16개. 환경ㆍ의료ㆍ연극ㆍ정치 등 마당발을 넘어서 문어발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사장 재임 후에도 전설은 이어진다. 지난해 8월 취임한 후 한달여 만에 가진 체육대회에서는 축구경기 도중 잠깐 정신을 잃기도 했다. 체육대회에서 2인3각 달리기, 줄넘기 등 온갖 게임에 정열적으로 참여한 데 이어 축구를 하다가 태클에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혀 잠시 동안 정신을 잃는 변을 당했던 것이다. 물론 잠시 치료를 받은 후 돌아와 끝까지 직원들과 자리를 함께한 강한 정신력을 발휘했다. 지난해 말 소록도 방문행사 때는 한센병 환자들과 음식ㆍ술을 나눠 마시고 스킨십도 가져 직원들을 경악(?)시키기도 했다. 이미 24년간 소록도 봉사회인 '참길회' 멤버로 활동, 본인은 아무렇지 않은데 말이다. ◇약력 ▦54년 경북 상주 ▦73년 경북고 ▦81년 서울대 치대 졸업 ▦81~89년 극단 '처용' 대표 ▦89∼91년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장 ▦91∼95년 대구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초대) ▦91∼95년 페놀사태 해결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95∼2002년 대구시 남구청장(무소속ㆍ초선 및 재선) ▦2000∼2002년 전국 시장ㆍ군수ㆍ구청장협의회 부회장 ▦2003년∼현재 녹색환경운동연합 상임고문, 녹색경제연구소장 ▦2005~2006년 환경부 장관 ▦2006년 8월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