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일본은행 기준금리 동결해야

파이낸셜타임즈 4월 9일자

디플레이션이라는 ‘괴물’이 일본에 되돌아왔다. 불과 1년 전 은행 부도와 경기 침체를 야기한 물가 하락 현상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일본의 소비자물가는 지난 2월에 오히려 떨어졌다. 전체 소비자물가지수(CPI)뿐만 아니라 신선식품 등을 제외한 근원 CPI도 마찬가지다. 대표적 경제지표인 3월 단칸지수(단기경기체감지수)를 봐도 기업들의 낙관론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물론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 이는 크게 세 가지 근거가 뒷받침한다. 우선 지수 하락은 2월 한달 동안의 자료에 불과하며 인플레이션은 꾸준히 상승세에 있다. 또 디플레이션 우려는 부분적으로 유가 하락에 있고 이런 저유가 추세는 일본 경기에 이익을 가져올 것이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불황을 겪은 80년대 이후 경기가 줄곧 향상돼왔다는 사실이다. 은행도 재기에 성공했고 생산력 또한 정상 궤도에 있다. 하지만 일본은행은 경제가 원론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행은 매년 인플레이션 전망을 내놓았지만 현실로 반영되지는 않았다. 이는 일본 경제를 바라보는 일본은행의 시각과 실제 경기와의 사이에 괴리가 있음을 말해준다. 일본은행에 따르면 수요는 이미 경제활동인구가 공급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 실업률은 2004년 5%선에서 현재 4%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시간제근무가 늘어나면서 새로 투입된 노동력은 별로 생산성이 높지 않다. 여기에 부동산 붐의 초기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과수요와 부동산 투기는 인플레이션의 주범이다. 일본은행의 역할은 이런 인플레이션을 막는 것이 아닌가. 일본의 수출경쟁력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리고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 경제가 유지되는 한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개발자는 이익을 얻고 은행은 융자가치가 오르면서 자연히 가계소비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섣부른 금리 인상은 회복세에 있는 경기를 압박할 수 있다. 좋다가도 나쁜 것이 경제다. 장기간의 불황을 겪은 지금 일본은행뿐 아니라 그 누구도 적절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저금리는 분명 리스크가 따르지만 디플레이션 재발보다는 위험 부담이 적다. 일본은행은 10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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