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집권 반환점을 열흘 앞두고 내놓는 8ㆍ15 경축사를 통해 후반기 국정운영 기조를 제대로 국민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참모들과 '마라톤 독회'를 거듭하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6ㆍ2지방선거 직후부터 2기 참모진이 경축사 원고 작업을 시작했고 청와대 개편을 통해 새로 들어온 3기 참모진이 이를 이어받아 가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실무진이 경축사 윤곽을 잡기 시작한 한달 전부터는 원고 성안에 직접 관여했으며 핵심참모들과 10여차례의 독회를 통해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고 한다. 장시간 독회가 진행될 때는 샌드위치로 식사를 해결하기도 했다.
또 이달 초 휴가지에 두꺼운 초안을 가져가 메시지를 다듬었고 가끔 참모들에게 전화를 걸어 의견을 물어보기도 했으며 소설가 이문열씨를 휴가지로 초청해 이틀간 시간을 함께 보내며 경축사 내용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특히 이 대통령은 막판 독회 과정에서 통일세 논의를 제안하는 대목을 직접 집어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초기부터 검토돼온 아이디어였지만 적절한 제안 시점을 찾지 못해왔는데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한다.
이번 경축사의 키워드인 '공정'은 임 실장이 발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실장은 공정한 사회 구현을 주요하게 다룬 배경과 의미를 설명하고자 이날 광복절 기념식이 끝난 뒤 이례적으로 청와대 춘추관을 찾아 직접 경축사 관련 브리핑을 진행했다.
이 대통령은 광복절 이틀 전인 13일 마지막 독회를 마쳤고 14일에는 신임 참모진과 청계천을 산책한 뒤 관저로 돌아와 완성된 경축사 원고를 꼼꼼히 검토하면서 '퇴고' 작업에 몰입했다.
경축사 원고를 만드는 작업에는 임 실장과 정진석 정무수석, 홍상표 홍보수석, 김두우 기획관리실장,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 김상협 녹색성장환경비서관 등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복절인 이날 이 대통령은 8ㆍ15 경축사 연설 직후 의장대 사열을 받으며 전두환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등 참석자들과 함께 84년 만에 복원된 광화문 개문식에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광화문을 통과해 이건무 문화재청장의 안내로 경복궁종합정비사업과 경복궁의 예전 모습이 담긴 사진 등을 관람했으며 주변의 청와대 어린이 기자들과 정겹게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모든 행사를 마치고 차량에 탑승하기 전 "어젯밤에 비가 많이 와서 걱정을 했는데 오전에 비가 오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 참석한 김 전 대통령과 전 전 대통령,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 등 각계 원로들의 경우 이 대통령이 예를 갖추고 성의를 보인다는 취지 아래 13일 참모들을 직접 보내 참석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정무수석은 김 전 대통령과 전 전 대통령의 자택으로 찾아가 기념식 참석을 부탁했고 청불회장인 홍상표 홍보수석은 자승 스님을 만나 "꼭 오시라"는 이 대통령의 말을 전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