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과천 보금자리 축소가 남긴 교훈

"주민의견을 듣고 서로 조율해서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이전에는 반대의견에 콧방귀도 안 뀌다가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니까 이제야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거죠." 지난 24일 방문한 과천에서 한 시민에게 들은 말이다. 여인국 과천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과천지식정보화타운 보금자리주택지구 내 주택건립규모를 9,641가구에서 4,800가구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정부가 지자체와 주민의 반대의견에 손을 든 셈이다. 과천 주민소환운동본부에 따르면 이미 과천시민 1만명이 주민소환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금자리주택지구를 둘러싼 국토해양부와 지방자치단체ㆍ시민 간 갈등을 빚고 있는 곳은 과천뿐만이 아니다. 강동구청은 5월 고덕지구와 강일 3ㆍ4지구가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되자 주민공람을 거부했고 구민들은 현재 지구지정 철회운동을 벌이고 있다. 하남시 역시 무더기 보금자리지구 지정에 거센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빚어진 것은 정부의 일방통행식 주택공급정책 때문이다. 정부는 보금자리주택이 과거 공급자 위주에서 벗어나 다양한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하는 수요자 맞춤형 주택이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문제는 절차다. 공급목표에 쫓겨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일단 지정해놓고 문제를 풀어가려다 보니 곳곳에서 반대에 부딪치고 있다. 정부는 주민의견을 듣고 총의(總意)를 모으는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절차가 단순히 싼값(?)에 주택을 공급한다는 대의명분 때문에 무시당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이미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85% 선으로 조정했다고 밝힌 만큼 반값 아파트라는 명분도 사라진 지 오래다. '내가 결정했으니 너희들은 따라야 한다'라는 식의 정책은 이제 버려야 한다. 역대 정권중 가장 친(親)시장적이라고 자평했던 현 정부가 오히려 시장에 역행하는 표퓰리즘적ㆍ독불장군식 정책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 것은 기자뿐일까. 지금은 무조건 밀어붙이면 되는 1970~1980년대 개발독재시절이 아니다. 이제 부동산 정책 역시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책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한 시대임을 잊은 것은 아닌지 반문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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