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토요 산책/11월 7일] 독서에 미래가 있다

7일은 입동이다. 엊그제 추석을 지낸듯한데 어느새 가을이 지나가고 있다. 겨울의 문턱이다. 곧 단풍이 지고 낙엽도 쌓일 것이다. 세월은 물 흐르는 듯하고 계절의 변화는 어김없다. 깊어가는 가을 정취를 맛보는 주말 나들이도 좋지만 이젠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책을 가까이 할 계절이다. 독서는 취미가 아니라 생활 그 자체가 돼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돼야 하는 것이다. 독서의 즐거움과 유익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느니 일이 바쁘다느니 하는 소리는 모두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독서 인구 갈수록 줄어들어 선현들은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책 읽기를 더욱 즐기고 열심히 했다. 그분들이라고 해서 시간이 넘쳐나고 물질적으로 풍족해 책 읽기를 즐긴 것이 아니었다. 시국이 어수선할수록, 삶이 고단할수록 책 속에서 올바른 삶의 길을 찾고자 했기 때문이다. 예부터 독서는 호연지기와 학문연마라는 풍류정신의 한 면모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독서인구가 줄고 있으니 나라의 장래가 매우 걱정스럽다. 책 속에 길이 있고 독서가 곧 국력이란 말은 이미 옛말이 돼버린 듯하다. 국민의 독서량은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 독서는 단순히 여가를 즐기는 문화 활동의 하나로 그치지 않는다. 인류사는 책에 의해 발전해왔고, 또 여전히 발전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민은 성인과 청소년을 막론하고 책 읽기를 점점 멀리하고 있으니 큰일이라는 생각이다. TV의 대량보급이나 인터넷의 급속한 확산에만 책임을 돌릴 수는 없다. 열악한 독서환경과 갈수록 떨어지는 독서에 대한 관심도도 무시할 수 없고 학생들을 입시지옥으로 몰아넣어 독서할 시간을 제대로 주지 않는 잘못된 교육 제도에도 책임이 크다. 위로는 각계 지도층 인사부터 아래로는 서민에 이르기까지 국민 대부분이 책 읽기를 싫어하니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ㆍ안보ㆍ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앞날이 불투명하고 국운의 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국가경쟁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08년 국민독서시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초ㆍ중ㆍ고교생들의 독서율이 89.1%로 전년도 90.6%에 비해 1.5%포인트나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초등학생 때 하루 52분이던 독서시간이 중학생 때 36분, 고등학생 때 34분으로 줄어들고 성인은 29분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려서부터 책을 즐겨 읽고 많이 읽어야 인생의 지혜를 터득할 수 있다. 또한 세상을 보는 바른 안목도 기를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 가운데 1년 내내 교과서나 참고서 말고 일반 도서를 한 권도 읽지 않는 아이가 10%를 넘는 것이다. 이번 조사를 보면 어른들은 학생들보다 더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내내 책을 단 한 권도 안 읽는 성인이 10명 중 3명이나 되고 책값으로 지출하는 돈도 연간 9600원에 불과했다. 웬만한 소설책 한 권에 1만원 안팎이니 이는 결국 소설 한 권도 제대로 사보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러니 자식들에게 독서하라는 말이 나올 수 있겠는가. 이러니 대부분의 출판사들은 울상을 짓고 가난한 문인들은 비명과 신음을 연발하는 것이다. 올 가을만은 책 1권 읽어보길 어른이나 아이나 모두 책 읽기를 싫어하니 부모 이름을 한자로 쓰지 못하는 대학생도 있고 책은 멀리하면서도 휴대폰이 구형이면 속상해 하는 한심한 아이들이 많아지게 된 것이다. 독서보다 향락에 몰두하다 보니 예의범절이 갈수록 엉망이 되는 것도 불을 보듯 빤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독서량이 세계 최하위 수준이라는 부끄러운 통계가 나온 것은 이미 수년 전 일인데 아직도 나아진 것이 없으니 참으로 딱하다. 물질적으로는 세계12위의 경제대국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세계 최하위 빈곤국 수준이니 이러고도 어떻게 유구한 역사를 지닌 문화민족이라는 소리를 되풀이할 수 있겠는가. 책 읽는 계절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래전부터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불러왔다. 이 깊어가는 가을에 한두권의 책도 읽지 않고 그냥 보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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