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특판예금 전쟁 재점화
외국계, 연 4.5% 넘는 상품 잇따라 출시
김정곤 기자 mckids@sed.co.kr
한동안 잠잠했던 특판 예금 전쟁의 불을 외국계 은행들이 다시 지폈다.
특판 예금이란 시중금리 수준 보다 높은 고금리 예금 상품을 한정 판매함으로써 고객을 유치하는 미끼성 상품. 새로운 고객 발굴 보다는 다른 은행의 고객을 빼앗아 오는 성격이 강한 만큼 빼앗으려는 쪽과 지키려는 쪽의 싸움이 벌어질 수 밖에 없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최고 연 4.8%까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1년 1년 만기 양도성 예금증서(CD)를 특별 판매한다. 양도성 예금증서 기본금리 4.6%에 교차판매로 지수연동예금에 가입하면 0.2%의 금리를 추가 지급하는 구조다. 연 4.8%는 국내 은행권이 판매 중인 예금 중 최고이며, 현재 시중 은행들이 판매 중인 1년 만기 정기예금의 3.4~3.6% 보다 1~1.2%포인트가 높은 고 금리다.
한국씨티은행은 또 연 4.5%짜리 '프리스타일 예금' 을 내놓았다. 이 상품은 높은 금리 외에도 3회까지 중도 인출할 수 있고, 중도 이자 손해를 최소화 시켰다는 점에서 기존 정기예금 상품과 차별화 된다. 1년 이상 가입할 경우 세금우대도 받을 수 있으며 최소 가입금액은 1,000만원 이상으로 개인 고객만 가입 가능하다.
SC제일은행도 제일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SCB)의 통합 출범을 계기로 일정기간 이상 거래 실적이 없는 휴면 고객을 대상으로 연 4.5%까지 1년 만기 정기예금을 내놓았다.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에 4.5%의 금리를 준 것은 한국씨티은행이 지난해 11월 출시한 출범 기념 정기예금 금리인 연 4.6%이후 처음이었을 정도로 파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SC제일은행은 고금리 상품은 물론 새로운 신상품을 잇따라 내놓을 예정이어서 은행권의 경쟁을 촉발시키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특판 전쟁이 전체 은행권으로 확산되며 은행들의 수익성을 악화 시키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고 있다. 출혈 경쟁이 계속 벌어질 경우 고객 빼앗아 오기에 따른 잡음 뿐만 아니라, 결국은 자금 조달 능력이 외국계 보다 떨어지는 국내 은행들의 수익성을 악화 시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증권은 이날 리포트를 통해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이 잇따라 높은 금리의 예금 상품을 내놓은 것이 국민은행을 비롯한 기존 국내 은행들에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외국계 은행들은 높은 신용도를 기반으로 국내 시중 은행들 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골드만삭스는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이 제시한 연 4.5~4.6%의 금리는 기존 국내 은행들의 평균 예금금리 3.4%에 비해 크게 높고, 예금금리 인상에 별다른 제약이 없었던 기존 업계 관행을 고려할 때 금리 경쟁은 시간 문제라고 분석했다. 또 현 시점에서 국내 예금 시장의 41%를 점유한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금리 정책을 어떻게 변경할 지가 다른 은행권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입력시간 : 2005/09/14 1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