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차 총선이 임박하면서 그리스인들의 예금인출과 해외송금, 식료품 및 휘발유 사재기 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14일 전했다. 지난 2009년 이후 꾸준히 진행된 은행예금 인출은 현재 하루에만 6억~9억유로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일부는 해외로 송금되지만 집안에 수천억유로를 현금으로 보관하거나 아예 인근 야산에 돈을 묻어두는 경우도 있다고 WSJ는 현지인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범죄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등 치안유지도 어려워졌다. 1~3월 그리스의 실업률이 22%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사회적 혼란을 틈탄 절도나 강도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아테네시의 한 총기상의 경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0%가량 늘어났으며 아테네시 북부의 부유한 동네를 중심으로 야간경비 등을 위해 사설 보안업체 고용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아테네 시민들은 선거 이후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과 그로 인한 경제파탄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자 극심한 불안감을 느끼는 한편으로 그리스 및 유럽 정부, 미디어, 정치권이 공포를 조장하고 있는 데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일각에서는 총선 결과에 따라 그리스를 떠날 채비도 시작됐다. 그리스의 해운업체인 스텔스가스의 해리 바피아스 대표는 "새 정부가 유로존에서 이탈한다면 본거지를 옮길 수밖에 없다"며 "드라크마화로 돌아가면 사람들이 자동차에 휘발유를 채울 돈도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은행들도 그리스 철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크레디아그리콜은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에 대비해 그리스에 설립한 자회사인 엠포리키 은행을 그리스의 다른 대형 은행과 합병해 지분을 낮추거나 아예 그리스에서 철수할 방침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