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현종의 경제프리즘] 인도, 그리고 한국의 내일
네루는 급했다. 194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 후 절대 빈곤을 벗어나기 위해 인도의 초대 수상은 부랴부랴 나라 전역에서 지식인들을 끌어 모았다.
과학기술 신봉주의자였던 네루 수상은 천재 통계학자인 인도통계연구소장 마할라노비스에게 경제 계획을 자문했다. 천재답게 그는 50년대 인도 경제를 불과 단 한 개의 수학 공식으로 집약했다. ‘마할라노비스 모델’이다.
복잡한 사회현상까지도 계수화ㆍ공식화시킨 마할라노비스의 수학적 천재성이 지금 인도인들에게 보편적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SW) 분야에서다. 인도인의 이 같은 강점을 끌어들여 ‘글로벌 아웃소싱’이라는 세계적 뉴트렌드를 만든 사람은 그 역시 사업의 천재인 제너럴일렉트릭(GE) 잭 웰치 회장이다.
그는 1997년 뉴델리에 아웃소싱 법인을 최초로 설립한다. 세계 아웃소싱의 메카로서 오늘 인도를 있게 만든 계기다. 웰치가 인도인에게서 본 건 빈곤 속에서도 일찌감치 핵 보유국 반열에 오르고 전세계 국제수학경시대회마다 휩쓸어 가는 수학적 저력이었다.
아웃소싱을 기반으로 한 인도의 고도 성장은 알려진 것 이상이다. 정보기술(IT) 하도급 공장의 단계를 순식간에 뛰어넘어 독자적인 상품 개발로 이미 SW 산업 전분야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SW에 관한 한 미국 지배 기술 주도권이 서서히 인도로 넘어 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갓 설립된 중소기업들조차 공략 대상은 글로벌 마켓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아웃소싱 과정에서 축적된 노하우에 인도인들의 수학적 저력이 결합되면 인도 SW의 메카인 방갈로르는 미 실리콘밸리를 능가하는 IT 밸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인도가 SW에 강한 이유를 인도이란어파의 모태인 산스크리트어가 SW 언어와 가장 밀접한 구조라는 데서 찾는 학자도 있다. 전체를 보는 진단으론 미흡하다. 전통에다 문화, 그리고 명백히 제도가 결합한 산물이다. ‘0’ 의 발견을 비롯 동양권내 특이하게 ‘수(數)’에 밝은 전통을 가진 인도인들의 유전인자에 이학(理學)을 강조하는 인도식 교육은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인도 전역 1100여개 공대에서 쏟아지는 IT 인력은 연 30만명. 전국 7개의 국립인도공과대학(IIT)은 이미 세계 최고 공대 수준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IIT를 떨어져 할 수 없이 미국 유수 공대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들린다. IT 엔지니어는 부와 명예의 상징이며 소득은 웬만한 의사들을 제치고 있다.
정부의 IT 진흥책도 발 빠르다. 동양권 최고의 영어 구사 능력에다 최근에는 극동권과의 교류를 위해 일본ㆍ한국ㆍ중국어 등을 엔지니어들에게 가르치는 교육기관까지 국가가 앞장서 운영하고 있다. 외국에서 공부한 인재들을 위해 이중국적도 과감히 허용했다.
전세계적으로 아웃소싱을 아직도 단순 업무에 대한 하도급 정도의 의미로 보고 있다면 세계 경제를 옳게 읽는 시각이 아니다. 세계 아웃소싱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 양측면 모두 소외돼온 우리로선 더 그렇다. 기업 생산 활동의 효율화를 위해선 우리가 아웃소싱의 대상이 되고 다른 나라를 아웃소싱 대상으로도 삼을 수 있어야 한다.
기술력에 어학 능력이 기본임은 물론이다. 아웃소싱은 특히 중소업체의 경우 글로벌화의 지름길일 수 있다. 인도가 그 점을 보여준다. 반도체와 휴대폰 등 몇몇 분야에서 세계 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지만 기술 한국의 앞날은 그리 밝지 만은 않다. 이공계를 기피하는 경향이 갈수록 뚜렷해지는 오늘 우리의 현실이 특히 그 같은 걱정을 깊게 한다.
한국 경제가 내일도 인도보다 나을 수 있을까. 양국의 오늘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답이 시원치 않다.
hjhong@sed.co.kr
입력시간 : 2004-12-21 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