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무너져 내린 현대백화점의 안전경영


"천장이 와르르 무너졌는데 계속 영업을 하다니요. 아직도 사람의 목숨보다 돈벌이가 중요하다니 갑갑한 노릇입니다."

지난달 29일 오후 현대백화점(069960) 천호점. 휴일을 맞아 백화점을 찾은 시민들은 우당탕 지붕이 내려앉는 소리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1층 안경매장의 천장 마감재가 무너지는 이날 사고로 6명이 찰과상을 입었다.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현대백화점은 1층에 있던 손님들에게만 대피를 안내하고 다른 매장에서는 영업을 계속했다.


같은 시각 울산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동구점에서는 18개월 된 영아가 에스컬레이터에서 넘어져 손가락 2개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그러나 현대백화점은 119에 신고하는 대신 내부적으로 사고를 수습한 뒤 정상적으로 영업을 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5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 꼭 19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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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은 사고 발생 6일 전만 해도 전국 점포의 문화홀을 어린이 안전학교로 개조한다며 대대적으로 보도자료를 냈다. 백화점 노른자위 공간인 문화홀을 어린이 안전을 위한 교육시설로 만들어 안전교육에 앞장서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어 다음날에는 전국 백화점 인근 소방서와 안전사고 예방 캠페인을 전개하는 업무협력까지 체결했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이 임직원에게 줄곧 강조해온 안전경영은 허울만 좋은 구호가 됐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그간의 노력은 응당 박수를 받을 일이지만 정작 사고가 발생했을 때 고객의 안전은 뒷전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사고가 나면 인명피해가 막대할 수밖에 없는 백화점의 안전의식 수준이 이 정도라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우리 국민은 사고를 예방하는 것 못지않게 사고 후 대처가 중요하다는 교훈을 배웠다. 사람의 목숨을 이윤으로만 여기는 기업의 매정함이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도 뼈저리게 깨달았다. 현대백화점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안전 매뉴얼을 전면 재점검하고 다시는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분골쇄신해야 한다. 우리는 제2의 세월호를 더는 겪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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