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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9월 10일] 원전 수출의 길
박기철 (한국수력원자력(주) 발전본부장)
대한민국의 ‘에너지 현주소’를 짚어보면 에너지 수급상황의 심각성을 깨닫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온실가스 증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단연 1위다. 물론 석유ㆍ석탄과 같은 화석연료의 과다사용 때문이다.
지난 100년간 세계 평균기온은 0.74도 올라간 반면 한반도는 이보다 훨씬 높은 1.7도나 상승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난해 반도체ㆍ조선ㆍ자동차 등 총 4,000억달러 이상을 수출했지만 그 중 3분의1을 다시 에너지를 수입하는 데 쓰는 실정이었다.
한국 원전이용률 세계 최고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가 절실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이 더욱 시급한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지난 1978년 고리원자력 1호기가 발전을 개시한 이래 30여년이 지난 현재는 원전 20기를 가동하면서 원전 선진국들도 부러워할 정도의 우수한 원전 운영기술을 확보, 안전성과 경제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는 부존자원이 빈곤한 우리나라도 기술력만으로 미래에는 에너지 강대국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최근 의미 있는 신기록 하나를 수립했다. 그것은 영광원자력 5호기가 ‘한주기 무고장 안전운전(OCTF)’을 달성한 것이다. 이로써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 20기 모두가 OCTF의 반열에 오르는 쾌거를 이루게 됐다.
OCTF는 연료교체 후 다음 연료교체 시까지 단 한 번의 발전 정지 없이 연속 운전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원전이 운전ㆍ정비ㆍ관리 등 전분야에 걸쳐 안전하게 운영됐음을 뜻하는 것이다.
이러한 우수한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우리나라는 원전 이용률 93.4%를 달성, 6기 이상의 원전을 운영하는 16개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세계평균 이용률 약 79%를 훨씬 상회하는 실적이다. 원전 이용률이 높다는 것은 원전의 안전성능과 운영기술이 그만큼 탁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 원전 이용률이 10% 떨어지면 전력판매 수입에서 약 6,000억원 정도의 손실이 발생된다. 이를 LNG 발전으로 대체한다면 약 20억달러의 연료비가 추가로 들어가게 된다. 즉 우리나라는 최적의 원전운영을 통해 원전 2기 건설에 소요되는 약 5조~6조원의 건설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만년 에너지 수입국이었던 우리나라는 이제 비로소 사상 초유의 원전 수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원전 수출을 통해 에너지 수출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용틀임하고 있는 지금, 우리의 선결과제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원자력 안전강국으로 발돋움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원전 수출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원전 안전성에 위해가 되는 어떠한 사건ㆍ사고도 발생해서는 안 된다. 30여년 만에 찾아온 원전 수출국의 기회를 물거품으로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소한 실수와 고장으로 발생한 사건·사고라 해도 국민에게 불안감을 준다는 사실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사건ㆍ사고가 원자력산업 전체를 어려운 지경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사실을 과거 사례를 통해 경험한 바 있다.
우리가 원자력발전을 지속적으로 확대ㆍ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미국 TMI 사고 등의 교훈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설비 신뢰도를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고 운영절차와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원자력 안전문화를 체질화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안전성능 강화에 심혈 쏟아야
우리는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한국 원전의 안전성을 인정받았다. 이제는 그동안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원전 개도국들에 전수, 원전 선도국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 현재의 원전 운영실적에 자만하지 않고 한국형 원전을 세계 곳곳에 건설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쏟고자 한다. 물론 이러한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전 안전성이 확고하게 뒷받침돼야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명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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