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은행권에 MBS 할당, 지나친 경영간섭 아닌가

다음달 시행되는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와 관련해 은행이 대출전환 규모의 70%에 해당하는 주택저당증권(MBS)을 강제로 떠안아야 할 판이다. 23일 서울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한 시중은행은 최근 이런 내용의 계약을 MBS 발행주체인 주택금융공사와 체결했으며 이는 사실상 금융당국의 압박에 의한 것이었음이 확인됐다.


금융당국은 4~5%대 변동금리의 기존 담보대출을 3%대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적격대출 상품을 시중은행을 통해 팔기로 하고 올해 목표액을 20조원으로 잡았다. 문제는 MBS 발행으로 조성한 20조원이 현금으로 은행에 유입될 경우 가계대출이 되레 확대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그런 고민 끝에 나온 당국의 묘수가 'MBS 의무매입'이 아닌가 싶다. 공사가 발행하는 MBS 20조원의 70%인 14조원을 은행이 매입하면 신규대출 여력을 6조원으로 줄여 정책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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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생색은 왜 정부가 내고 부담은 은행이 떠안아야 하나. 은행들의 거부감이 크다. 이번 대출전환으로 고금리대출 상품을 중도상환수수료 한푼 못 받고 적격대출로 바꿔줘야 하는 판에 수익률이 2%대에 불과한 MBS를 70%나 떠안으라니 은행이 무슨 봉인 줄 아느냐고 분통을 터뜨릴 만도 하다. 더구나 가계대출 악성화는 정부의 실책 탓이 크다. 지난해 시중은행과 비은행권의 가계대출이 무려 64조3,000억원 늘고 이 중 주택담보 대출이 80%나 차지한 것은 모두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단행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등의 여파였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내정자는 내정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금융당국은 선수에게 일일이 지시하는 '코치'가 아니라 선수들이 마음껏 뛸 수 있도록 '심판' 기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가 다급한 마당에 은행의 수익률까지 포기하라는 'MBS 의무매입' 강요라니 당국의 경영간섭이 지나치다. 이런 구태 때문에 금융 개혁도 선진화도 갈 길이 멀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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