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로본능'폰 디자인 원조 논란으로 삼성전자와 신경전을 벌였던 LG전자가 이번에는 해외 TV 제품 디자인 때문에 고민에빠졌다.
전자.자동차 등 첨단 제품의 `사활'을 건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면서 산업계 전반적으로 디자인 원조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한 유명 업체가 올해 초 출시한 프로젝션 TV는 앞서 LG전자가 지난해 시장에 내놓은 37인치 LCD TV 모델이 패널 하단 부분에 채택한 독특한 유선형 디자인과 유사한 외관을 갖고 있다.
LG전자는 이 디자인에 대해 의장 출원까지 해놓은 상태로 대응책 마련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LG전자는 내심 이 업체가 자사 모델의 디자인을 `벤치마킹' 했다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면서도 본격적인 `분쟁'으로 번지는 건 바라지 않는 눈치이다.
LG전자는 이 모델이 나온 뒤 비교분석을 거쳐 해당 업체에 e메일을 보내 문제를제기해 둔 상태로 우호관계를 깨지 않는 선에서 대화를 통해 원만히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디자인의 경우 의장등록을 해놓더라도 비슷한 디자인이 쏟아지는 가운데 모방의 경계선이 애매모호해 제도적으로 보호받기 힘든 게 현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유명업체들이 이미 출시된 국내 모델과 유사한 디자인을 채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설마..'하는 생각을 갖고 있어 문제해결이 더 어려워지기도 한다"며 "그만큼 국내 디자인이 세계적 수준으로까지 올라왔다는 반증이지만 도가 지나치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전했다.
작년 8월 삼성전자가 대박을 터뜨린 `가로본능' 폰에 대해서도 LG전자는 `우리가 디자인을 먼저 개발했다'며 삼성전자와 한바탕 설전을 벌인 바 있다.
디자인을 먼저 개발해 의장등록도 삼성보다 2개월 먼저 마쳤지만 삼성전자가 먼저 제품 설계와 실제 제작에 나서 특허 등록까지 하면서 상품화 과정에서 한발 늦은LG전자 입장에서는 `선수'를 빼앗겼다는 것.
LG전자는 지난해 삼성의 `가로본능'폰이 `굿디자인' 대통령상을 수상하자 시상을 맡은 한국디자인진흥원에 강력 항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히 비슷한 디자인이냐' 아니면 `베끼기'냐의 경계가 모호한 틈을 타 `닮은꼴' 디자인 제품이 속출, 최근 들어 디자인 원조 공방은 더욱 확산되는 추세다.
`디자인=경쟁력'으로 일컬어질 정도로 디자인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해당 업체들로서는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팬택이 다음달 출시하는 위성 DMB폰(T3)은 제품사진이 인터넷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벌써부터 삼성의 `가로본능폰' 모방 논란에 휩싸였다.
GM대우는 중국 체리 자동차의 `QQ'가 경차 `마티즈'(현지 판매명 시보레 스파크)의 디자인을 베꼈다며 체리사를 상대로 최근 베이징시 제1중급 인민법원에 지적재산권 소송을 제기, 디자인 모방 논란이 법적 다툼으로까지 비화되기 까지 했다.
GM대우는 지난해 12월에도 상하이 제2중급 인민법원에도 체리사를 제소한 바 있으며 체리사의 공개 사과와 경제손실 7천500만위안(약 97억원) 배상, 해당 차량의부당 판매수익금 전액 몰수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 쏘나타의 경우 혼다 어코드(뒷모습), 기아차 스포티지는 폴크스바겐 투아렉(앞모습) 및 볼보 XC90(뒷모습), 오피러스는 재규어 S타입(라디에이터 그릴)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헤드램프) 및 포드 링컨 타운카(뒷모습)와 각각 `닮은 꼴'디자인으로 도마위에 오른 바 있다.
지난달 28일-이달 8일 열린 `2005 서울 모터쇼'에서 공개된 현대차 `그랜저'(그랜저 XG 후속모델)에 대해서도 뒷모습은 어코드와, 트렁크 윗부분은 BMW 시리즈와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어느 수준까지가 허용 가능한 `유사성'이냐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크기 때문에 업체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디자인 모방 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라며 "디자인도 엄연한 지적재산권으로서 보호받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 강화가 절실하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