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올해 예산안에서 디지털교과서 개발과 핵심역량 시범교과서 사업에 예산을 일절 배정하지 않았다. 올해 디지털교과서 사업 예산은 교과서 개발과 심의운영 등의 핵심 예산이 빠지면서 종단연구와 수정보완 등에만 1억3,900만원이 배정됐다. 지난 2년간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의 사회·과학 교과서만 개발한 시점에서 더 이상의 디지털교과서 개발을 멈춘 것이다. 지난 2013년 11억7,800만원이었던 관련 예산은 지난해 7억3,900만원에서 줄어든 데 이어 2년 만에 10분의1 수준으로 급감했다.
정부가 추가 개발을 중단하면서 디지털교과서 사업은 사실상 방치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163개 시범학교 중 디지털교과서만으로 수업을 진행한 학교는 3%에 불과해 추가적인 정책적 뒷받침이 없이는 시범 사업의 표류가 불가피한 시점이기도 했다. 교육부는 올해 희망학교를 새로 접수해 시범 사업을 이어간다는 입장이지만 신학기를 앞둔 현재까지 신청 작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되면서 디지털교과서 적용을 점진 확대해 오는 2018년부터 교과과정 전반에 적용하겠다는 당국의 방침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참고서가 필요없는 교과서 등을 모토로 지난해 처음 추진했던 핵심역량 시범교과서 사업도 1년 만에 종료되며 올해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정부는 초·중학교 각 1개 학년 7개 교과의 한 단원을 대상으로 모형개발을 완료했다는 입장이지만 교과과정 내 적용이나 후속 확대 개발, 지원 작업 등은 모두 중단해 각 학교에서 탄력적으로 활용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의 미래형 교과서 사업이 중단 위기에 처한 것은 잦은 교육과정 개편과 관련이 깊다고 교육계는 보고 있다. 2009개정교육과정 도입이 채 끝나지도 않은 지난해 문·이과 통합을 전제로 한 2015개정교육과정이 다시 발표되면서 기존 교육과정에 기초한 미래형 교과서 개발이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도입까지 4년 이상 걸린 2009개정교육과정과는 달리 새 교육과정은 2017년부터 조기 적용된다. 특히 2015개정교육과정은 문·이과 통합을 담은 전면 개정으로 교과서 변화 폭이 상당하지만 아직 구체적 밑그림조차 나오지 않았다. 이로 인해 서책 교과서에 연동되는 미래형 교과서 사업은 교육과정의 개편 시점까지 3년 이상 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상태다.
한 교육출판업계 관계자는 "미래형 교과서 사업은 세계 각국과 마찬가지로 스마트 교육의 장점은 최대한 살리고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속 추진돼야 한다"며 "예산 미배정으로 올해 디지털교과서 사업은 사실상 진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정부를 믿고 수년간 개발비를 쏟아부은 기업들은 예산만 날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해당 사업은) 교육과정에 따른 새 교과서 개발과정에서 점진 적용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