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은 통화증가율 15%대 안팎 운용/4분기 돈 15조 푼다

◎시중자금 넉넉하지만 기업유입엔 의문/“중심지표도 불확실” 금융계 불안 여전4·4분기중 15조원가량의 돈이 새로 풀려 통화공급규모만 놓고 보면 시중자금사정이 평소보다 넉넉할 전망이다. 그러나 아무리 돈이 풀리더라도 정작 필요한 기업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는 자금시장 경색현상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기업들이 느끼는 자금사정은 여전히 빡빡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2일 『금융시장 안정과 계절적인 자금수요를 위해 4·4분기중 통화증가율을 전분기보다 다소 높은 수준에서 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4·4분기중 통화증가율을 MCT(총통화+양도성예금증서+금전신탁)기준으로 3·4분기의 14.7%보다 높은 15%안팎에서 운용할 방침이다. 이 경우 시중에는 15조원정도의 통화가 새로 공급된다. 한은이 이처럼 통화공급 확대를 약속하고 있지만 금융계는 여전히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선 최근들어 중심통화지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함에 따라 금융계가 한은의 통화정책방향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은이 중심통화지표로 삼고 있는 MCT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MCT에 포함되지 않는 표지어음으로 7조∼8조원이 몰리고 지난 7월1일부터 시판중인 수시입출식예금(MMDA)으로 2금융권 자금이 대거 옮겨오면서 통화지표만으로 시중 자금사정을 판단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대해 박철 한은 자금부장은 『MCT에 표지어음, 환매조건부국공채(RP), 금융채 등을 모두 포함한 광의의 지표와 실세금리의 움직임을 보아가며 통화를 신축적으로 운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금융계는 MCT대신 종전의 통화지표인 M2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실제 M2증가율이 지난 7월 17.8%이후 꾸준히 상승, 9월에 20.3%로 치솟자 많은 금융기관들이 한은의 통화긴축을 예상하며 지극히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했다. 자연스레 실세금리 상승세가 이어졌다. 한은이 M2대신 MCT를 통화지표로 삼겠다고 누차 강조했지만 금융계의 반응은 냉담한게 사실이다. 한은 박부장은 『금리자유화가 진전되고 금융제도가 개편될 때 통화지표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게 일반적』이라며 『한은 나름대로 간이지표들을 참고하며 통화관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그만큼 일선 금융기관들이 한은의 의중을 읽기가 쉽지 않다. 통화지표나 자금공급규모만으로 시중 자금사정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한은이 아무리 돈을 풀어도 은행에서 기업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는다면 헛일이다. 신용도에 따른 차별화가 심해지면서 한번 자금악화설에 휘말린 기업은 쉽사리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자금흐름 경색의 결과다. 기아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채 마냥 계속되는 한 한은의 자금공급 규모와 관계없이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가라앉기 어렵고 기업들이 체감하는 자금사정도 나아질리 없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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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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