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군을 두고 한나라당이 고민에 빠졌다. 특히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는 이번 선거에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목표에 공감하지만 후보선택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31일 한나라당 핵심관계자는 "야당 후보를 이길 만한 후보군 탐색에 나서고 있지만 계파별 시각차를 보이면서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친이계ㆍ중립성향ㆍ친박계의 견해를 아우르는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돼 선거가 임박해서야 후보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까지 친이계는 당내 후보군 가운데 여론 지지도가 가장 높은 나경원 최고위원에게 방점이 찍혀 있다. 친이계의 한 의원은 "나 의원은 서울시장 경선 한 번, 최고위원 경선 두 번 등 세 차례나 검증됐다. 스펙이 나쁜가, 감수성이 없나"라며 나 의원을 지지했다. 김 의원은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나 의원의 '오세훈 아바타' 논란에 대해서도 "오 시장이 선거에서 이기지 않았느냐"고 일축했다. 친이 직계인 다른 의원은 "청와대와 여권 핵심에서 김황식 총리 등을 생각하는 것 같지만 나 의원한테도 몸집 키우는 데 그렇게 나쁜 일은 아닐 것"이라며 나 의원 카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친이계는 청와대 등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김황식ㆍ정운찬 등 전현직 총리 영입설 등에 관해 '원칙적 반대' 입장을 보이면서도 치열한 경선참여를 통한 결정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여지를 남겼다.
친박계는 후보를 누구로 결정하는 게 중요한 일이 아니라 어떤 정책으로 승부할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후보를 정하기에 앞서 복지 논쟁으로 갈지, 교통이나 교육으로 갈지 등 어젠다 를 우선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박계는 시장후보 결정이 인기투표 식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최경환 의원은 "시장직을 대권도전의 발판으로만 인식하는 '정치꾼' 말고 세계적인 도시로 이끌 '일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소장파를 중심으로 한 중립성향의 의원들은 친이계는 물론 청와대의 '후보 찍어누르기'에 모두 부정적이다. 지금 거론되는 인물로는 승산이 없는 만큼 외부에서 경쟁력 있는 새 인물을 찾아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정두언 의원은 "최근 전현직 총리 등 다양한 후보군이 거론되고 있는데 그 정도 인물로도 (이기기가) 힘들 만큼 이번 선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나 의원의 경우 선거유세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움직이게 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후보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립 성향의 다른 의원은 "지금 얘기되고 있는 전현직 관료는 말할 것도 없고 홍준표 대표의 출마는 있을 수 없다"며 "총선을 지휘할 분이 나서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