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


복지 문제가 정치권의 중요 이슈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여권 내 유력 차기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맞춤형 복지'를 화두로 지난해 말부터 사실상 대권행보를 시작하면서부터이다. 곧이어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그보다 더 강도를 높여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 반값 대학 등록금을 외치며 복지문제를 대선을 겨냥한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며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한편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의 자치단체들이 무상급식 문제를 놓고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의 합의가 더 요구되는 상태이기는 하지만 충청북도가 초·중학교의 전면 무상급식 실시를 확정함으로써 복지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공방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증세땐 물가 폭등 부를 수도 그동안 우리 사회는 평균기대수명의 급속한 증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급격한 출산율 저하로 인해 초고속 노령화 사회로의 진입이 예상되면서 이에 대한 논의가 뜨거웠다. 만일 지금과 같은 상태가 지속된다면 의료보험 공단과 국민연금 공단의 재정 적자는 수년 안에 눈덩이처럼 불어나 대한민국을 추락시킬 시한폭탄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함께 그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져 갔다. 그런데 갑자기 현재 진행되는 의료보험과 연금보험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의 무상복지정책이라니 그 발상이 놀랍기까지 하다. 아무리 대선이 코앞에 있고 표를 얻기 위해서라면 어떤 공약이라도 마다하지 않았던 한국정치가 보여준 후진성을 감안한다고 해도 무상복지정책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어림잡아도 천문학적인 경비가 지출될 무상복지 정책들의 재원을 과연 어떻게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쉽게 내다 팔 수 있는 석유나 천연가스가 무한정 생산되는 나라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저축해 놓은 여유자금이 넉넉한 금융 강국도 아닌 것이 우리의 형편이다. 유일한 방법은 국민의 세금을 올리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얼마나 더 세금을 올려야 무상복지정책들이 실현 가능할 것인지 정확하지도 않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유리지갑을 지닌 직장인들의 세금과 부가가치세가 가장 먼저 오를 것이고 그에 따라 수입은 줄어들고 생활필수품을 포함한 모든 물건의 가격은 오를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오르는 물가를 잡지 못해 지난 모든 정부가 힘겨워했는데 부가가치세 폭탄까지 맞는다면 물가가 어떻게 될 것이라는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비현실적이고 이기적인 정치인들의 태도이다. 경제규모 면에서 우리보다 한참 앞서있는 유럽의 선진국들도 그동안 복지정책을 확대해오면서 야기된 고질적 사회적 병폐들을 '복지병'이라 부르면서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또 20세기 전반까지 세계 경제 규모 6위로 남미의 대표적 선진국이었던 아르헨티나가 복지정책 확대를 주장하는 포퓰리즘의 늪에 빠져 국가부도 위기 상태로 추락한 것도 우리는 목격했다. 무엇보다 지난 세기 가장 큰 사건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구소련과 동구권의 몰락이 무상복지정책의 한계를 잘 대변해 주었다. 표심 얻기위한 여론몰이 지나쳐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중하고 세밀한 계획과 검증이 부족한 무상복지 정책을 주장하는 일부 정당의 목소리가 의심스럽다. 정당의 우선 목표는 정권획득이고 그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정당의 생리이다. 그러므로 선거를 의식한 정당정책일수록 '포퓰리즘'에 영합될 우려가 크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선거를 의식해서 내놓는 정책일수록 그 실현가능성과 야기될 결과를 세밀히 따져봐야 한다.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점은 조금만 합리적으로 생각해도 모든 것이 공짜로 주어지는 복지정책의 허상이 어렵지 않게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아직까지 우리 사회의 부의 분배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해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가 진정한 복지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부의 재분배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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