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신년특집/투신업계] 저금리시대 수탁액 급증예고

올해 경기전망은 여전히 불확실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불황의 터널을 벗어날 것이란 관측이 있는가 하면, 세계시장 침체 및 환율하락에 따른 수출감소로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란 견해도 있다. 오리무중이다.그러나 금융시장 기상(氣象) 예보 만큼은「맑음」이다.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가능성 발표로 국내 금융시장은 지난해 12월에 이미 적잖케 달아오른 상태. 무디스 효과는 최소한 연초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와함께 금융 및 산업구조조정 마무리에 따른 신용경색 완화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며, 무엇보다도 금리하향안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투신업계의 올 한해 전망 역시 이같은 주변여건에 좌우되고 있다. 현재의 저금리 추세가 지속되면 증권시장의 활황과 동반, 투자신탁시장도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투신업계는 올 상반기의 경우 금리 하향안정에 따른 내국인 매수와 환율안정세, 그리고 대외신인도 상승에 따른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금융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하반기의 경우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면 실적장세로 이어지면서 종합주가지수가 750~800선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전제로 투신업계는 연초에 총 수탁고 200조원은 무난히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뮤추얼펀드 도입과 은행의 투자신탁상품 판매 허용이 투자신탁의 저변을 급속히 확대시킬 것으로 점치고 있다. 실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해 말 삼성증권을 통해 발매한 뮤추얼펀드 1호와 2호는 발매 이틀만에 동이 났고, 삼성투신운용·에셋코리아·LG투자신탁운용등도 펀드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등 뮤추얼펀드는 최근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투신업계는 채권시가평가제가 조기에 정착되고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기조가 공고해 지면 본격적인 뮤추얼펀드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시행될 것으로 보이는 기업연금제도는 뮤추얼펀드 열풍을 가속화시키는 동력(動力)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은행의 투자신탁상품 판매 역시 시장의 외형을 키우는 원군(援軍)이 될 전망. 지난 96년초 수익증권의 증권사 판매가 허용된 이후 올해 9월 또다시 은행 판매가 허용됐는데, 이같은 판매기관 확대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내년도 투자신탁시장은 보다 다양한 기관이 참여, 여러 종류의 상품을 선보이는 등 어느때 보다 경쟁이 치열해 질 전망이다. 이에따라 투신업계의 대응전략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경쟁자수가 그만큼 늘었기 때문. 우선 대한투신, 한국투신, 국민투신등 선발 투신3사는 선결과제인 경영정상화를 꾀하면서 외형신장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실 투신3사는 지난해 금리하락과 주가상승으로 재무구조가 상당히 개선됐지만 후발 투신사에 비해서는 외형신장의 혜택을 보지 못했다. 사당 3조원에 달하는 차입금 및 이에따른 금융비용 부담으로 재무 건전성이 떨어져 수탁고 늘이기에「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반면 후발 투신사(투자신탁운용)들은 내실화를 전략의 우선순위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2월 19일 현재 후발 투신사들의 총 수탁고는 94조9,330억원으로 지난 97년(12월 31일 기준)의 4조9,194억원에 비해 무려 19배나 늘어났다. 이처럼 후발 투신사가 급성장한 것은 기존 투신사의 3배에 이르는 증권사 점포를 통해 상품이 판매된데다, 법에 의해 고유계정을 운영할 수 없는 등 상대적으로 부실이 적은 것으로 인식된 덕이다. 그러나 빠른 성장은 후유증을 낳게 마련. 후발 투신사의 경우 자금유입이 주로 단기상품에 집중됐기 때문에 금리가 상승하는 등 상황이 급변하면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 나갈 위험이 상존한다. 또한 만기가 3개월, 6개월짜리인 단기자금으로 금리가 높은 만기 1년 이상의 회사채에 과다 투자, 만기불일치(미스매칭)에 따른 유동성부족 사태도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채권시가평가제 도입도 발등의 불이다. 채권의 시가평가가 실시됨으로써 채권시장 동향에 따라 손실을 볼 수도 있다. 따라서 투신업계는 투자신탁이 더이상「저축」이 아닌, 자기책임하에 이뤄지는「투자」라는 점을 고객에게 인식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국내투신사의 가장 큰 전략은 투자신탁업의 대외개방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외국투신사의 국내 사무소설치는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었고, 지분제한 역시 철폐됐다. 또한 외국인이 전액 출자한 투신사를 설립할 수도 있다. 이에따라 투신업계는 외국투신사와의 대등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펀드운영의 투명성과 신뢰도 제고에 역량을 모을 수 밖에 없다. 최근 계약형 수익증권에 대해서도 회사형 수익증권처럼 외부감사제도를 도입하고 공시를 확대·강화하는 등 펀드운용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전개되고 있는데, 상당히 바람직한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특히 재무 건정성등 투신사 자체의 안정성 강화가 주요한 전략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다수의 투신사와 은행등 금융기관이 문을 닫은 지난 1년간의 혼란을 기억하고 있는 투자자에게 외국투신사가 차별화를 위한 수단으로 제시하는 재무 건전성은 가장 큰 신뢰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정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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