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알기 쉬운 생활법률] 상속개시 이전 상속포기각서 썼다면

피상속인 사망 전 이뤄진 약정은 무효<br>상속개시 이후 정당한 권리행사 가능


Q. 얼마 전 한 공중파 방송에서 '청담동 엘리스'라는 드라마를 방영한 적이 있었다. 이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이 아버지가 반대하는 여자와 결혼을 하려 하자 그룹 회장인 아버지는 외아들인 남자 주인공에게 상속포기각서를 쓰게 했다. 비단 결혼문제뿐만 아니라 자식이 부모의 뜻을 거슬렀을 때 부모는 자식에게 상속포기를 요구하는 경우가 우리 주변에서도 종종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속포기각서는 어느 정도의 효력이 있을까.

A.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하면 법에서는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간주된다. 상속인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지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므로 재산을 상속받을 수도 없고, 채무 또한 상속받지 않게 된다.


그런데 상속을 포기하는 것은 자유의사이지만 상속포기의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법이 정한 일정한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현행법상 상속의 포기는 피상속인이 사망한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상속포기를 신고해야 유효한 상속포기가 된다.

관련기사



다시 말해 상속 포기는 상속이 개시된 이후에야 비로소 할 수 있고, 상속이 개시된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신고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처럼 상속포기는 피상속인이 사망한 이후에라야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상속 개시 이전에 한 상속포기약정은 이와 같은 절차와 방식에 따르지 아니한 것으로 효력이 없다. 또한 상속개시 이전에 '상속을 포기하기로' 약정했다 하더라도 상속개시 이후에 자신의 상속권을 주장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행사로서 이것이 권리남용에 해당하거나 또는 신의칙에 반하는 권리의 행사라고 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입장이다.

상속개시 이전에 상속포기를 허용한다면 상속개시로 소유권이 상속인에게 넘어가기 전에 미리 상속포기를 시키려는 외부의 부당한 압력에 의해 상속인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의도이다.

따라서 드라마에서처럼 아버지가 아들을 자신의 뜻대로 부리기 위해 재산으로 아들을 압박하고 자기 뜻대로 되지 않자 상속포기각서까지 쓰게 하지만 이 포기각서는 실제 아무런 효력이 없는 것이다.

물론 자식들은 대부분 이러한 상속포기각서가 무효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부모의 뜻을 거스르는 대신 스스로 최선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니 어떤 측면에서는 이런 각서가 긍정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이렇게 쓰여진 상속포기각서는 실제로는 아무런 효력이 없는 한낱 종이에 불과하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