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연(31·사진) 엔씽(Nthing) 대표는 2008년 군대 제대 후 SK텔레콤에서 트렌드 분석 일을 하면서 사물인터넷(IoT)에 눈을 떴다. 아직 스마트폰이 출시되지도 않은 때였지만 김 대표는 인터넷과 모바일의 융합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감지했다. 10년 이내에 사물인터넷 시대가 올 것을 확신한 그는 전자부품연구원의 위촉 연구원이 돼 IoT 플랫폼 개발에도 참여했다.
김 대표의 사물인터넷에 대한 안목은 '엔씽(Nthing)'으로 태어났다. '엔씽'은 농업에 사물인터넷 기술을 결합해 관련 제품을 만들어내는 스타트업이다. 엔씽이라는 이름 자체가 수많은 것(Number of things)들이 네트워크(Network)인 사물인터넷에 연결되면 새로운 것(New thing)이 된다는 의미다. 그는 "미래의 트렌드를 분석하면서 세상이 점점 모바일 화 돼가는 것을 봤다"며 "플랫폼을 개발해봐서 사물인터넷을 이용한 창업에 자신이 있었다"고 창업의 동기를 설명했다.
김 대표가 사물인터넷(IoT)이 접목된 농업을 아이템으로 생각한 것은 삼촌의 농업회사에서 일을 배우면서부터다. 그는 "비닐하우스 운영이 실시간으로 작물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보니 다른 일은 전혀 할 수가 없다"며 "여름에도 직접 그 안에 들어가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고 농업의 고충을 이야기했다. 그는 "사물인터넷을 이용해 농작물의 상태를 데이터화하면 비닐하우스 외부에서도 관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바로 농업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 김 대표는 가정용 작물 재배기 개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그는 "집에서 난이나 화초를 키우는 사람들이 눈대중으로 물을 주고 감으로 식물의 상태를 인식할 수밖에 없어 키우던 식물이 죽어도 왜 죽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엔씽의 스마트 화분인 플랜티는 화분 자체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흙 속의 습도와 온도를 알려준다. 센서와 스마트폰 앱이 연동돼 있어 실시간으로 상태를 확인할 수도 있다. 또 스마트폰에서 명령을 내리면 즉시 화분에 설치된 호스에서 물이 나와 시간에 맞춰 식물에 물을 줄 수 있다.
김 대표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아이디어 단계에서 회사를 접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 장 짜리 사업계획서로 글로벌 K스타트업에서 최우수상을 받아 4,000만원을 지원받고 런던과 실리콘밸리에 가 투자자들 앞에서 사업 모델을 소개할 수 있었기에 사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었다"며 "창업선도대학 링크사업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시제품 개발비와 사무공간을 지원받아 제품 연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9월엔 아산나눔재단 마루180의 스파크랩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선정돼 시제품 단계를 넘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엔씽은 현재 미국으로부터 10만달러어치의 선주문을 받아 놓은 상태다. 올해 엔씽의 목표는 제품을 양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11월부터 제품을 본격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라며 "제품의 금형 설계 부분은 파트너를 구했고 제조를 맡길 곳은 여러 업체를 놓고 살펴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농업 분야에도 사물인터넷을 적용하면 무궁무진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며 "스마트 화분을 넘어 점차 농업의 효율화에 필요한 제품들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