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북아 무역분쟁 확산조짐

중국과 일본의 마찰 갈수록 고조최근 일본이 중국과 한국의 농산물 및 섬유류 제품에 대해 긴급 수입제한 조치(세이프가드)를 발동하고, 중국은 이에 대한 보복을 경고하는 등 동북아가 급속히 무역분쟁에 휘말리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한,중,일 3국은 상대국에 대한 수ㆍ출입 비중이 최저 4.5%에서 많게는 19.8%에 달해 서로간 보복대응에 나설 경우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간, 특히 중국과 일본의 무역분쟁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어 해법 모색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일본의 수입 제한, 전방위 양상 나타내=일본은 최근 중국산 표고버섯, 파, 돗자리 등 3개 농산물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발동한데 이어 섬유류에 대한 수입제한도 확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 일본은 지난 2월 타월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발동한데 이어 최근에는 한국산 폴리에스테르 단섬유에 대한 덤핑조사에 착수했다. 일본 양말공업협동조합은 23일 중국산 양말에 대해서도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것을 경제산업성에 요청한 상태다. 무역 대국 일본은 국제적인 마찰을 피하기 위해 그 동안 일반 세이프가드는 물론 잠정조치를 한번도 발동하지 않았지만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국 농가 및 중소업계의 여론을 의식, 강경한 조치를 잇따라 취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농림수산성에 접수된 세이프가드 발동 요청건수는 1,300건 이상에 달하고 있으며, 품목도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중국의 반응 심상치 않아=일본의 이 같은 전방위 압박에 맞서 중국 정부는 23일 "일본 정부가 긴급 수입제한 조치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보복대응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중국 언론들은 '무역전쟁 발발'이라는 말을 사용해 가며 강경한 분위기를 유도하고 있으며, 이의 영향으로 중ㆍ일 전직 경제장관회의도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여기에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사건, 리덩후이(李登輝) 전(前) 대만총통에 대한 비자발급 문제 등은 양국간 무역분쟁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무차별 보복에 나설 경우 일본은 물론 한국에까지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중국 정부의 폴리에틸렌(PE) 및 휴대폰 수입 중단 압력에 밀려 최근 중국산 마늘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을 철회한 바 있다. ◇보호무역에 대한 비난 여론 급등=최근 들어 보호무역이 강화되고 있는 것은 세계적 흐름으로 파악되고 있다. WTO 출범 첫해인 지난 1995년에는 세이프가드 발동이 한 건도 없었지만 1996년 1건, 1997년 3건, 1998년 5건, 지난해 6건으로 급속한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보호무역 강화에 대한 비난 여론도 높은 상태다. 일본 정부 역시 값싼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를 무시했다는 외식ㆍ유통업계의 반발은 물론 일본 업체들의 중국 현지공장 설립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산 농산물의 수입을 제한하는 것은 중국에 진출한 업체들의 목을 누르는 결과라는 재계의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국내 농가의 품종 개량, 비용 절감 등 경쟁력 강화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의 세이프가드 발동은 오히려 구조조정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어 일본 정부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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