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삼성전자와 일본의 소니를 맞비교하는 말들이 나돌고 있다. 스포츠 게임의 영향 때문인지 신문에 나오는 제목들은 자극적이다. "삼성전자가 소니를 따라잡는다" "삼성전자 나가신다, 소니 물렀거라" "삼성전자의 브랜드 파워 3년 내 소니를 추격할 것" "삼성전자가 소니를 제쳤다" 등등이다.
얘기는 필시 삼성 쪽에서 나오기 시작했을 텐데 왜 하필 소니인가. 일본에는 기라성 같은 세계적인 전자회사가 많다. 소니라는 이름ㆍ브랜드가 좋아서일까. 일본의 간판기업이어서일까. 또는 소니의 상품개발력ㆍ마케팅전략, 놀랄 만한 성장실적을 모델로 삼으려는 것일까.
"소니는 삼성전자의 교과서 역할을 해왔다"고 얼마 전 삼성전자의 디지털 미디어 네트워크를 총괄하는 진대제 사장이 말한 적이 있다. "마쓰시타ㆍ도시바ㆍ필립스 등과는 부분별로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있어 차이가 없다고 본다. 소니처럼 일류 브랜드 컴퍼니를 지향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삼성전자로서는 앞서가는 소니를 경쟁상대의 내부 목표로 세웠을지도 모른다. 그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회사를 드라이브해 왔을 것도 같다. 한국 사람들 마음속에서는 극일(克日)정서, 말하자면 일본 사람들에게만은 질 수 없다는 기질이 숨어 있다. 이 때문에 소니와의 비교가 더 부각되는 듯싶다.
근래 해외 언론에서도 삼성전자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소니를 위협할 만큼 컸다" "2005년까지 브랜드 인지도에서 소니를 추월한다"는 내용도 곁들인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481억 달러로 소니의 475억 달러를 능가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매출액이 32조 3,800억원, 당기 순이익은 2조 9,469억원을 기록한 데 비해 소니는 매출액 3조 70억엔, 당기 순이익 450억엔이었다"는 등의 실적을 제시하기도 한다. 다만 브랜드 가치는 소니가 150억 달러, 삼성전자가 64억 달러로 훨씬 못 미친다는 평가로 나와 있다.
이러한 비교에 대해 최근 소니코리아의 이명우 사장이 "양사 비교를 가급적 자제해 달라"고 기자들에게 주문했다고 한다. 한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일부 임직원들이 삼성전자가 소니를 이겼다면서 기뻐한다"는 보고를 듣고 굳은 표정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이어 이 회장이 "자만하지 말라. 긴장감을 늦추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발표이다.
삼성전자가 소니를 누를 만큼 됐다는 것은 누구나 축하할 일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삼성만 잘 되는 것 같다"는 말에 더 신경 쓰는 삼성맨들도 적지 않다.
김용원(도서출판 삶과 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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