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1.4개각 이기준교육등 '실용인사'로 채워
■ 청와대-우리당 실용주의 코드 맞추나작년 홍석현 주미대사 내정때 이미 예견도지지세력·시민단체 "개혁노선 후퇴" 반발
우리당 "국정목표 민생경제 최우선"
노무현 대통령은 6일 이기준 신임 교육부총리 임명 철회 논란과 관련해 “우리 대학이 경쟁시대를 맞아 개혁, 개편되고 선진화돼야 한다”면서 “대학은 바로 산업이고, 산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이기준 부총리와 가족의 도덕성 시비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되지만, 집권 초기 ‘개혁’에 집착했던 것 못지않게 ‘실용’에 집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지지세력 간에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도덕성 시비’는 문제를 꼬이게 하는 특이한 조건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그 때문에 나오고 있다. 이기문 교육부총리의 경우 아들의 국적문제도 불거졌는데, 정연주 KBS사장의 경우에도 그 같은 문제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시끄럽지는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주미대사 천거에서도 드러났듯이 청와대의 급격한 ‘우경화’ 조짐에 친노세력들의 의혹이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이기문 교육부총리의 경우 참여정부가 ‘교육 시스템’을 경쟁위주ㆍ실용위주로 바꾸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고 있어 전교조 등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예사롭지가 않다.
그러나 청와대의 실용주의로의 선회는 시간이 흐를수록 꾸준히 진행되어 왔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참여정부는 이번 1ㆍ4 개각으로 지난 2003년 2월27일 첫 조각 이후 무려 열세번의 개각을 단행했는데 크게 3기로 구분할 수 있다. 1기는 참여정부의 초기 내각으로 개혁적이고 참신한 인물을 대거 중용, 기존과는 다른 ‘파격 인사’라는 평을 받았다.
고 건 전 서울시장을 국무총리에 임명해 내각에 안정감을 주면서도 해당분야의 비주류라 할 수 있는 강금실 법무ㆍ김두관 행자ㆍ이창동 문화장관 등 40대의 개혁적인 인물을 등용했다.
또 윤영관 외교통상ㆍ권기홍 노동ㆍ지은희 여성ㆍ허성관 해양수산 등 인수위 출신 개혁성향의 학자와 시민단체 출신도 중용했다.
2기는 지난해 6월30일 개각으로 이해찬 국무총리ㆍ정동영 통일부ㆍ김근태 복지부ㆍ정동채 문화부 장관 등 여당 정치인들이 대거 입각, 내각의 성격과 권력관계에 큰 변화를 주었다. 노 대통령은 이해찬 총리에게 일상적인 행정권한을 대폭 이양, ‘분권형 국정운영’이라는 새로운 시험을 시도했다.
이번 1ㆍ4 개각은 3기라고 칭할 수 있다. 지은희 여성ㆍ허성관 행자ㆍ장승우 해수부장관ㆍ성광원 법제처장 등 이른 바 1기의 ‘올드 장관’들이 물러나면서 개혁적인 인물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등 내각의 성격이 많이 달라졌다.
대신에 이기준 교육부총리ㆍ오영교 행자부ㆍ박홍수 농림부ㆍ장하진 여성부 장관 등 정치ㆍ사회적인 여건들을 감안한 ‘실용인사’들로 채워졌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는 지난 12월에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을 주미대사에 내정하면서 이미 예견되었다. 외교전문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보수세력의 포용 등 다목적 카드로 홍 회장을 내정한 청와대는 ‘도덕성 시비’에 휘말릴 것을 알면서도 이기준 전 서울대총장을 임명, 반발을 사고 있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이 부총리 인선 사유에서 ‘개혁을 추진하다 중도 하차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은 명백한 사실 왜곡”이라며 “현 정부는 집권 초기를 지나면서 도덕적 긴장감이 느슨해져 각종 부패 행위가 드러나고 신뢰가 붕괴된 과거 정권의 전철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청와대의 ‘실용주의적인 용인술’이 중대 도전에 직면할 것임을 예고해주는 대목이다.
전용호 기자 chamgil@sed.co.kr
입력시간 : 2005-01-06 2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