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신흥국중 상대적 안정" 매수나선듯

■ 외국인 주식매수 배경 전망삼성전자·SKT에 10월 순매수의 50% 몰려 외국인들이 왜 이렇게 한국 주식 사재기에 나선 것일까. 증권가는 외국인들의 'BUY KOREA' 열풍에 대해 다소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투자가들이 단기간 급락한 '저평가 상태'를 이용해 평가손을 줄이려는 움직임이라는 것부터 한국 경제를 낙관한 중장기적 투자확대로 보는 시각까지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 매수세의 장기화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주식시장의 수급부담을 덜어줘 향후 장세 안정에 크게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 외국인, 왜 한국 주식 쓸어담나 외국인투자가의 매수세가 본격화된 것은 이달 들어서부터다. 외국인은 올들어 지난 5월까지 5조2,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하다 6월부터 9월까지는 모두 1조1,46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는 전세계적인 정보기술(IT) 거품 해소 과정이 시작되면서 경기침체국면 진입을 우려한 외국인이 투자비중을 줄인데 따른 것이다. 이번 매수열풍은 지난 4개월간 투자비중을 줄였던 투자자들이 다시 투자비중을 늘리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외국인 매수열풍의 직접적인 배경은 무엇보다 한국 경제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바탕이 되고 있다. 미국 테러 참사로 한국 증시가 다른 해외 증시보다 더 떨어져 가치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크게 확산되고 있고 이것이 곧바로 외국인 매수세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타이완이나 싱가포르 등 다른 이머징마켓(신흥시장)에 비해 한국 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외국인매수세에 불을 지피고 있다. 한국이 아시아 네 마리 용 가운데 유일하게 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플러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를 뒷받침한다. 시가총액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텔레콤 등 세계적인 우량기업의 실적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외국인 매수세를 촉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10월 외국인 순매수에서 두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50%에 이르고 있다. 반도체 경기 악화에 대한 우려로 폭락했던 삼성전자에 대해 국내 애널리스트들은 여전히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지만 외국인은 정보통신부문에서 반도체 손실을 만회한 점을 높이 사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경쟁사인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비해서도 삼성전자가 저평가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SK텔레콤과 한국통신ㆍKTF 등 통신주들이 세계적인 통신주 반등대열에 합류한 점도 외국인 매수세 확대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코스닥시장 외국인 순매수의 절반이 KTF 한 종목이라는 것도 이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 언제까지 사들일까 그렇다면 외국인 매수세는 장기화될 수 있을까. 외국인은 24일까지 이미 지난 4개월간의 순매도금액에 해당하는 만큼의 투자분을 다시 사들였다. 이제는 새로운 외국인 자금이 들어와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외국인 매수세를 가늠할 수 있는 연초 후 미국 뮤추얼펀드 자금동향을 보면 한국 시장에 민감한 영향을 미치는 인터내셔널펀드는 7억달러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또 아시아태평양펀드ㆍ이머징마켓펀드도 각각 4억달러와 10억달러 순유출됐다. 따라서 미국의 자금흐름을 본다면 새로운 자금의 유입이 없었기 때문에 6월 이후 4개월간 매도한 규모만큼 10월에 주식을 사들인 것이다. 이 때문에 외국인의 추가 매수여력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현정환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이 보유주식의 평가손을 줄이기 위해 손실이 가장 큰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을 사들였을 수도 있다"며 "헤지펀드가 매수의 주류를 이루고 있어 단기수익을 겨냥한 매매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SK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외국인의 삼성전자 올해 평균매입단가는 약 23만원선으로 추정돼 23일 기준으로 25%의 손실을 기록했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종목에 우량금융주들이 대거 포진한 점도 단기매매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증권주와 건설주 등은 대표적인 유동성장세 수혜종목으로 이들 종목에 대한 투자는 외국인이 유동성장세를 기대하고 단기매매를 시도한 흔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이 다시 중장기적인 매수세로 전환하고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다. 지난주까지 매매의 주류가 헤지펀드 등 단기펀드였지만 이번주 들어서는 장기투자펀드들이 하나둘씩 매수에 가담하고 있다는 게 외국증권사 브로커들의 전언이다. 최근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중남미와 아랍권ㆍ아시아 등에 투자했던 자금이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국내 증시로 투자대상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번주 들어 삼성전자의 매수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는 점도 이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해준다.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23일 43만주 사들인 데 이어 24일 70만주 가까이 사들였다. 외국인 매수세가 장기화될지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이달 들어 사들인 매물이 당장 악성매물로 쏟아질 가능성이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의 'BUY KOREA' 열풍이 증시를 한단계 레벨업시키는 엔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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