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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꼭 1년 전인 지난 2013년 1월 코스피지수는 2,000포인트를 뛰어 넘어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기까지는 딱 반년이 걸렸다. 토라진 연인의 모습을 보며 어찌할 바 모르는 마음이 주식시장에 참여한 투자자들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1790선까지 급락했던 코스피는 결국 다시 2000선을 회복하며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롤러코스터 같았던 한 해는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상품 시장에서도 크고 작은 변화들을 일으켰다.
펀드와 랩 같은 주식형 상품들은 지난해 하반기 지수 저점을 지나며, (각 대상별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면에서 오히려 자금이 순유입 되었고 다시 관심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반면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 규모는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ELS란 지수나 개별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으로 기초자산의 가격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DLS는 ELS와 비슷한 상품구조이나 기초자산의 범위가 금리, 환율, 실물(원자재), 신용 등으로 확장된 기초자산의 가격 움직임에 따라 (신용DLS의 경우는 기업의 부도위험이나, 특정채권의 지급불능 발생 가능성 등에 따라) 수익이 발생한다.
지난해 DLS 발행규모는 19조 7,952억원으로 2012년 23조 7,788억원 대비 17% 감소했다. 특히 2013년 하반기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9% 감소하며 DLS 규모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DLS시장이 ELS나 펀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에 대한 원인은 투자자들의 투자심리와 DLS 시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ELS 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해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변동성 시장 속에서 투자심리가 위축되었고, 과거 투자했던 ELS 상품들의 손실 발생으로 아픔을 느꼈던 투자자들은 ELS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렸다. ELS 시장의 발행 규모가 정체되면서 이와 함께 ELS와 유사한 DLS 발행도 감소하는 모습이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DLS시장의 감소는 외적 요인 외에도 최근 7~8년간 지속된 발행 규모 증가 추세가 어느 정도 성숙기에 접어들며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2013년은 DLS 시장의 양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우울한 한 해였지만 다양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변화도 있다. 첫째, 기초자산에 있어서 기존 원화 외에 (미국)달러, 중국 위안화 자산 등 해외자산을 활용한 DLS가 등장하며 기초자산의 글로벌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둘째, 일반 금리 외에 'Loan ETF', '미국 20년물 국채 Short(매도) 포지션 ETF' 등을 기초자산으로 활용한 새로운 DLS의 발행들은 DLS 시장의 다양성 증가를 기대하게 했다. 어떤 상품이든 투자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거나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외면 받는다. DLS 발행 규모가 줄어들었다고 해서 상품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볼 순 없지만 시장 트랜드에 적합하고 투자자들의 마음을 끌 수 있는 DLS만의 질적 성장이 필요한 시기임은 분명한 듯 하다.
작년 하반기에 혜성처럼 등장한 'Loan ETF' DLS는 투자자들이 안정된 상태에서 자금을 운용함과 동시에 수익성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상품으로 투자환경이 악화된 시장 상황에서 적합한 상품이었다. 발행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투자심리와 시장흐름에 적합한 새로운 형태의 DLS라는 점에서 향후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미국 국채 선물 Short 포지션 ETF' 역시 미국 테이퍼링 실시 후 시장 상황 변화에 빠르게 대처한 DLS 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해외주식+원자재, 해외지수+원자재' 등 두 가지 이상의 성격이 다른 기초자산을 가지고 있는 하이브리드(hybride)형 DLS도 다양한 수익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 및 성격이 다른 기초자산을 활용함에 따라 리스크를 제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투자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상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DLS 상품은 단순한 수익 목적뿐 아니라 투자 자산에 대한 리스크를 제한하고 실제 투자하기 어려운 실물 자산들에 투자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 예를들어 실제 거래를 하기 어려운 원자재나 신용자산 등의 실물, 신용 상품에 직접투자하길 원할 경우 DLS를 이용할 수 있으며, 국내 이외의 해외에서 쏟아져 나오는 각종 신종 자산 및 이색지수 등에도 손 쉽게 투자할 수 있는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에 은행금리보다 소폭의 초과수익(알파)을 추구하는데 있어서도 DLS 만한 상품은 없다.
DLS 시장의 성장은 다양한 기초자산으로 구성된 DLS의 발행 및 투자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다양성과 함께 시장 및 투자자의 심리를 잘 반영할 수 있는 합리적 구조의 DLS와 질적 개선으로 투자자들이 더욱 찾고자 하는 DLS를 만들 수 있다면 아마도 DLS 시장은 한걸음 더 도약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자, 아직까지 DLS에 투자하지 못한 투자자라면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를 위해서라도 DLS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